푸르덴셜증권 '소걸음 경영' 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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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푸르덴셜투자증권의 '소걸음 경영'이 증권가의 화제다. 지난 2월 '현대투신증권'간판을 내리고 외국계 증권사로 변신한 지 9개월. 눈에 띄지 않지만 의미 있는 변화가 이 회사에서 진행되고 있다.

수탁액이 줄고, 지점 수와 직원도 줄었다. 크리스토퍼 쿠퍼(사진) 사장은 "더 이상 외형은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푸르덴셜은 뉴브리지 등 외국계 사모펀드와 달리 한국에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장사하기 위해 들어온 전략적 투자자"라면서 "기본에 충실하며 차근차근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계로 바뀐 뒤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 '연말까지 판매 목표 얼마'하는 식의 밀어내기식 캠페인이 사라졌다. 물론 회사 차원에서 판매 목표를 잡기는 하지만 직급별.개인별로 판매액을 할당해 내려보내는 '한국식 캠페인'은 없다. 더디게 가도 기본은 지키겠다는 것이다.

내년 초쯤엔 푸르덴셜에서 '바이코리아(BK)'라는 펀드명이 사라지게 된다. 과거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에 의해 주도됐던 밀어붙이기식 영업의 상징물을 걷어내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중순 자산운용협회는 증권사 지점을 대상으로 '원금 보장''몇% 수익률 보장' 등 법률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잘못된 펀드 광고물이 있는지를 집중 점검했다. 협회가 낸 결과 보고서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규정 위반이 빈번했던 푸르덴셜투자증권이 지배구조가 바뀐 뒤 1년 만에 비약적으로 달라졌다"며 푸르덴셜을 모범 사례로 꼽았다.

쿠퍼 사장은 "준법감시업무(컴플라이언스)는 조직 밖이 아니라 조직 내부 프로세스의 일부"라며 "고객에게 맞는 상품(투자 적합성)인지를 따지면서 윤리적인 원칙도 지키라고 강조한다"고 말했다.

푸르덴셜의 '소걸음 경영'은 상품 전략에서도 드러난다. 푸르덴셜이 무려 4개월의 준비 끝에 해외 펀드에 투자하는 펀드오브펀드인 포뮬러 펀드를 신상품 1호로 내놨다. 10월 출시된 포뮬러 펀드는 시판 7일 만에 2000억원을 넘어섰고, 현재 판매액은 4000억원에 달한다. 쿠퍼 사장에게 "푸르덴셜이 인수하면 선진 금융상품을 많이 내놓을 줄 알았는데 이제껏 신상품이 하나뿐인가"라고 물었다. 그는 "많은 상품보다 훌륭한 상품을 내놓는 회사가 되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푸르덴셜은 지난 4~9월 37억원의 반기 적자를 냈다. 그러나 쿠퍼 사장은 "희망퇴직을 하면서 생긴 구조조정 비용 때문"이라며 미래 경영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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