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start] 의사협회 '건강 지킴이' 동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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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차 검진에서 이상이 발견된 저소득층 어린이들이 대한의협 지역 의사회의 도움을 받아 치료를 받고 있다. 김춘식 기자

내분비 질환으로 고생하던 민주(가명.초등학교 5년)가 6일 무료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민주는 장애인 삼촌과 중학교 2학년인 오빠와 함께 살고 있다. 아버지는 결핵과 알코올 중독으로 3~4년 전부터 병원에 입원해 있다. 당시 어머니는 집을 나갔다. 민주가 자신의 질환을 알게 된 것은 지난 7월. 'We Start 운동본부'와 가난한 아동 지원단체인 '부스러기 사랑 나눔회'가 지역아동센터(공부방)에 소속된 수도권 저소득층 아동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1차 건강검진을 통해서다.

당시 민주를 포함한 어린이 99명은 재검사나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검진 결과가 나왔다. 폐렴.빈혈.저심장증.결핵 등의 질병이 많았다.

대한의사협회(회장 김재정)가 발만 동동 구르던 어린이들의 '건강 지킴이'로 나섰다. 가난한 아이들을 건강 사각지대에서 벗어나게 도와주자는 'We Start 건강 지킴이 사업'에 의협이 동참 의사를 밝혀왔다.

대한의협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등 8개 지역 의사회 협조를 얻어 민주 등 어린이 건강 재검진과 무료 치료를 시작했다. 닷새 동안 계속되는 재검진에 드는 비용은 지역 의사회나 병원에서 자체 부담한다. 의협에는 240여개 시.군.구 지역 의사회 8만여명의 의사가 가입해 있다.

민주는 이날 서울 강북구 수유동 신일병원에서 처음 치료를 받은 뒤 "의사선생님 감사합니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강북구 의사회장을 겸하고 있는 유인협 신일병원장은 "치료가 끝나더라도 우리 병원 의사들이 주치의가 되어줄 테니 걱정하지 마라"며 민주를 다독거렸다. 유 원장은 "우리 동네 아이들을 돌보는 일인데 당연히 우리가 나서야 하지 않겠느냐. 이럴 때면 의사가 되길 잘했다는 자긍심이 생긴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앞으로 We Start 건강 지킴이 사업에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해 우리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의협 권용진 대변인은 "이번 의료지원 사업은 지역 의사회와 지역 아동센터 간의 첫 네트워크 구축 사례"라며 "이 같은 사업이 전국으로 확산하도록 의협이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또 "의사협회는 We Start 마을의 의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저소득층 아동의 '주치의 돼주기 사업'에도 적극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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