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말기 영남총장, 분위기 반전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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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검찰총장 한명을 바꿔 국면전환 효과가 나타났다. 김대중(金大中.DJ)대통령도 매우 흡족해 한다."(청와대 관계자)

"법무부 차관이나 대검차장을 엉뚱한 사람으로 세워 (검찰총장에 대한)견제용 인사를 해선 안된다."(한나라당 南景弼대변인)

이명재 검찰총장 임명에 여야는 물론 청와대까지 흡족해 하고 있는 배경에 대해 뒷얘기가 무성하다.

정치권에선 우선 이를 '지역교차 효과'로 본다. 영남이 중심세력이었던 김영삼(金泳三.YS)정권은 임기 마지막 해인 1997년 차남 김현철(金賢哲)씨에 대한 검찰수사에 불만여론이 팽배하자 호남 출신 김태정(金泰政)검찰총장을 기용했다. 당시 야당 총재였던 DJ가 환영했음은 물론이다.

호남을 중심세력으로 한 김대중 정권도 임기말에 검찰에 대한 불신이 폭발 직전에 이르자 TK(대구.경북) 출신 검찰총장 임명으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임기 마지막 해에 검찰에 대한 불신이 컸던 시기적 공통점에다 지역을 감안한 인사라는 점에서 흡사하다. 야당이 환영했다는 점도 같다.

金대통령이 현직 서울고검장이었던 김경한(金慶漢)씨를 일찌감치 배제하고 이명재 변호사쪽으로 기운 데 대해서도 해석이 분분하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金대통령은 검찰 쪽에서 金고검장 안을 올리자 고개를 저었다"고 했다. 다만 李변호사가 고사했기 때문에 임명에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李총장은 지난해 5월 신승남(愼承男)총장 체제가 들어서자 서울고검장직을 떠나면서 친한 검찰 후배들에게 "나는 밖에서 김경한 고검장이 검찰총장이 되는 것을 돕겠으니 너희들도 그를 밀어달라"고 했을 만큼 경북고 1년 선후배인 두 사람은 가까운 사이였다는 것이다.

李변호사가 1998년 가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를 곤혹스럽게 했던 이른바 '세풍(稅風)수사'를 대검 중수부장으로서 지휘했던 것을 발탁 이유로 들기도 한다. 세풍 수사가 현 정권과 李총재측의 정면승부였기에 李총장은 현 정권과 운명공동체일 것이라는 얘기다.

신임 李총장은 李총재와도 인연이 있다. 李총재가 71년 사법연수원 교수로 있을 때 사시 11회인 李총장이 연수원생으로 있었다는 것이다. 사제간의 관계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는 말이 李총재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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