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소외계층 아이들의 꿈 키워줄 멘토를 찾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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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더햄에 사는 백인 청년 드루 요코타는 8년 전 흑인 동생을 얻었다. 할머니와 외롭게 살던 10대 소년 샘이다. 두 사람은 농구도 하고 요리도 하며 토요일 오후를 함께 보낸다. 휴가를 내 바닷가로 여행을 다녀온 적도 있다. 인종도, 계층도 다른 이들이 인연을 맺게 된 건 ‘빅브라더스 빅시스터스(BBBS)’란 봉사단체를 통해서다. 1904년 설립된 이 단체는 그간 샘 같은 소외(疏外)계층 청소년 수백만 명에게 든든한 멘토(mentor·조언자)가 돼 줄 형과 누나를 선물했다. 이후 이들 청소년이 술과 마약, 폭력에서 손을 떼고 학교생활도 착실히 한다는 사실이 각종 통계로 입증됐다.

미국엔 BBBS 외에도 멘토링 봉사를 하는 민간단체가 여럿이다. 갈수록 늘어가는 빈곤층 청소년을 방치할 경우 가난의 대물림이 심화되고 비행 및 범죄가 증가할까 우려한 게 출발점이었다. “이웃의 아이들이 잘 자라야 내 아이도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에 대학생·주부·회사원 등 주로 중산층 주민이 멘토로 나선다고 한다.

멘토링은 1회성 기부나 봉사와 달리 장기간 지속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 책임이 막중하다. 그래선지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등과 달리 우리나라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현재 172개 단체에서 1만3000여 명이 멘토로 봉사하는 데 그친다. 대학생과 저소득층 아동을 1대1로 맺어주는 SK텔레콤 봉사단 ‘SUNNY’, 빈곤층 초·중학생의 공부를 돕는 대전시 공무원들의 ‘무지개 튜터링’이 대표적이다.

멘토링의 중요성을 인식한 정부가 어제 ‘휴먼네트워크협의회’를 출범시켰다. 이를 통해 멘토-멘티 결연(結緣)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한다. 모든 아이들에겐 따뜻한 관심과 사랑을 쏟아주고 건전한 사회인의 본을 보여줄 어른이 꼭 필요하다. 부모도, 교사도 그 역할을 해주지 못하는 소외계층이라면 멘토라도 빈자리를 채워 올바르게 성장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어려운 아이들의 형과 누나, 삼촌과 고모가 돼 줄 멘토링 봉사에 더 많은 어른들이 참여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