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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육감 후보들 “내가 당선되면 서울교육 이렇게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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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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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후보=‘서울 A고의 한 교사는 교단을 떠나 재교육을 받게 됐다. 교원평가 결과가 최하위권이어서다. 학생들로부터 잘 가르치지 못한다는 불만을 들어온 그는 학부모·전문가평가에서도 낙제점을 받았다. 반면 B고의 한 교사는 1년 동안 미국 대학에서 연수를 받게 됐다. 직접 만든 수업자료가 호평을 받아 교원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데다 EBS 강의에도 나가면서 ‘스타교사’로 떴다. 연봉도 껑충 뛰었다.’

선거포스터에 ‘선생님의 경쟁이 시작됩니다’라고 적은 이원희 후보가 당선될 경우 일어날 수 있는 모습이다. 이 후보는 ‘자율과 경쟁’이 핵심인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과 기조를 같이한다. 그는 30일 “교단에 잘 가르치기 경쟁을 일으키겠다”고 강조했다. 대표공약도 ‘부적격·무능 교사 10% 퇴출’이다. 그는 올 3월부터 실시 중인 교원평가를 보다 강력하게 추진할 생각이다. 이 후보는 “교육감이 의지를 갖고 10명에게만 이런 조치를 해도 교육 현장의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며 “교사 간 경쟁이 시작되면 학생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사교육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교육과 관계없이 거리로 나가 이념 투쟁을 하는 교사도 퇴출 대상”이라고 못 박았다. 대신 잘 가르치는 교사에게는 연봉 등에서 확실한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초등학교에서 의무급식을 시행하고, 맞벌이 부부의 고충을 덜기 위해 초등학생의 학습준비물은 학교가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초등학교에서 방과 후까지 학생들을 보살피는 ‘돌봄교실’을 대폭 확대하고 과목별 보조교사나 기간제 교사를 고용해 일자리 창출에 나서겠다고 했다. 재향군인회 등과 손잡고 자원봉사자들이 어린 학생들의 하굣길 안전을 지켜주도록 할 생각이다. 그는 또 “외국어고·자율형사립고 등은 정부의 고교 다양화 정책에 맞춰 가고, 과학고 수준의 영재학교를 필요한 곳에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학생들이 고교뿐 아니라 중학교 때부터 담임 교사까지 선택하는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구상이다. 전교조 등 교원단체 소속 교사 명단 공개와 관련해서는 “학부모가 인증을 거쳐 교육청이나 학교 홈페이지에서 교사의 출신학교와 가입단체를 볼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31일 강영훈·정원식 전 국무총리와 박영식·이상주 전 교육부 장관 등을 비롯한 500여 개 시민사회단체들이 보수 단일후보로 이 후보 지지 선언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곽노현 후보=‘학업성취도 평가에서 기초학력 ‘미달’로 나온 초등학생 B군은 특별 선생님의 지도를 받게 됐다. 교사 한 명이 미달학생 10명을 맡아 집으로 찾아와 학습부진의 원인을 파악하고 공부를 가르쳐준다.’ 곽 후보가 당선돼 공약이 현실화할 경우의 얘기다. 그는 “한 명도 낙오되지 않는 교육을 하겠다”고 강조한다. 정부가 2011년부터 학교별 학업성취도 결과를 인터넷에 공개하기로 한 방침은 따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학교를 줄 세워 사교육 부담만 늘린다는 이유에서다.

곽 후보는 정부의 주요 교육 정책에 반대해 마찰도 예상된다. 당장 교원평가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학부모는 담임교사에 대해서는 만족도만 평가하고, 교원 간 평가와 공개수업 참관을 통한 학부모의 교과목 교사 평가는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대신 학부모가 교장공모나 비리교원 징계위원회 등 학교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곽 후보는 무상급식을 전면 실시하고 고교선택제는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학생 인권 조례’를 만들어 0교시나 야간자율학습, 체벌, 두발 규제 등을 금지하겠다는 생각이다. 학생들이 길거리 집회도 열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그는 “서울의 평균 학력이 전국 꼴찌 수준이어서 정부 정책을 바로잡지 않으면 학력 격차를 해소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고교 다양화 300’ 정책에 대응해 그는 혁신학교 300곳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학교당 2억원을 들여 교육과정을 특화하면서 인근 지역 주민들이 실비를 받거나 자원봉사로 강의를 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재정자립도가 낮은 구를 중심으로 혁신학교 75개를 먼저 만들고 4년 내에 300곳으로 늘리겠다”고 했다.

곽 후보는 “당선되면 정부에 고교 다양화, 학업성취도 평가, 교원평가 등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를 요구하겠다”고 했다.

김성탁·이원진·박유미·김민상 기자



다른 후보들이 내놓은 대표공약은

다른 후보들도 색다른 공약을 내걸고 뛰고 있다. 서울시교육기획관 출신인 남승희(57) 후보는 ‘학부모의 선택권’과 ‘엄마 같은 학교’를 강조하고 있다. 남 후보는 “학부모가 담임 교사를 직접 선택할 수 있게 하고, 2~3년 연속 선택률이 낮은 교사는 재교육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수업에 대한 평가 중심인 현재의 교원평가에 교사들의 생활지도 영역도 포함시킬 계획이다. 그는 “보육도 교육의 일부인 만큼 서울시와 구청의 예산 지원을 끌어내 학교의 돌봄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덕성여중 교장 출신인 김영숙(58) 후보는 11개 교육청별로 2개 학교씩에 우선 ‘사교육 없는 학교’ 모델을 만들어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이 학교 학생들은 각 과목 교사가 학생의 특징을 적은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입학사정관제를 체계적으로 대비할 수 있게 한다는 구상이다. 김 후보는 “비리 교원은 물론 학생·학부모의 평가 결과 하위 3% 교사는 교단에서 퇴출시키겠다”고 밝혔다. 또 “무상급식은 차차상위까지만 확대하고 급식보다 더 절박한 교복·교육비부터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을 지낸 김성동(68) 후보는 “무상 유아교육을 위해 공립유치원을 대폭 늘리겠다”고 밝혔다. 또 “입시 위주의 명문고가 아니라 화학고·대중음악고·문학고와 같은 다양한 특성화고를 만들겠다”고 했다. 경희대 경영대 교수인 권영준(58) 후보는 “인터넷 게임 중독에 빠진 청소년들의 건강을 지키겠다”며 “밤 12시만 되면 청소년의 게임 접속을 막는 ‘신데렐라 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반전교조’를 내세운 이상진(67) 후보는 “저소득층 교육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교육복권과 금융채권을 발행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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