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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이질성 가장 커…열린우리, 보수·진보 혼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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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형법을 보완하려는 열린우리당의 안에 한나라당이 결사 저지 입장을 취하면서 국회는 대치 상태로 얼룩져 있다. 그러나 양당 내부에서는 당론과 다른 목소리도 나온다. 정당 내부의 이념적 스펙트럼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한국정치학회가 3일 외교안보연구원에서 학술회의를 열고 내놓은 연구 결과다. 중앙일보가 2002년 2월 16대 국회의원을 상대로, 지난 8월 17대 국회의원을 상대로 실시한 이념성향 조사를 심층 분석한 것이다. 회의 참석자들은 "이념성향 조사와 이번의 분석은 지역주의로 풀이가 가능했던 정치 상황에 이념이라는 변수가 점차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줬다"고 말했다.

◆ "한나라당, 내부 이질성 가장 커"=박명호 동국대 교수는 17대 국회를 구성한 각 당 내부의 이념 성향을 살폈다. 그 결과 민주노동당 의원들의 이념 성향이 상대적으로 가장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열린우리당의 경우 전체적으로 진보적 성향이 뚜렷했지만, 경제 분야에서는 매우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박 교수는 "특히 여당 내 진보적 성격의 모임에 가입한 의원들과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 모임'에 속한 의원들은 보안법과 대미관계에 있어 선호가 뚜렷하게 엇갈렸다"고 소개했다.

한나라당은 상대적으로 의원 간 이질성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박 교수는 "보안법과 대미관계 문제를 놓고 영남 출신과 비(非)영남 출신의 의견차가 상당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와 관련, "17대 국회에서는 입법 과정에서 당 지도부의 통제력이 통하지 않을 수 있다"며 "각 당 지도부의 조정력이 어느 정도 작용하느냐에 따라 분당과 합당, 신당 창당 등 다양한 형태의 정계 개편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 "17대 국회에선 거의 모든 정책이 쟁점"=김영태 목포대 교수는 16대 의원과 17대 의원에 대한 조사를 비교한 뒤 "16대 국회에선 대북지원 문제 등 일부 쟁점에 대해 정당 간 시각차가 컸으나 17대 국회에서는 일부를 제외한 거의 모든 정책이 쟁점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류됐다"고 말했다. 대북지원 문제와 같이 두드러진 한가지 이슈보다 보안법 폐지, 재벌개혁, 사형제 폐지, 고교평준화 유지 여부 등 여러 문제에서 각 당의 입장차가 드러났다는 것이다.

이현우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는 16대 국회 본회의에서 이뤄진 전자투표와 의원 이념 조사를 비교한 결과 "이념이 모든 영역의 표결에서 당론과 배치되는 입장을 택하게 할 정도로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보수적인 의원들보다 진보적인 의원들의 경우에 더 두드러졌다.

◆ "정치인과 국민 모두 점차 진보화"=배재대 김욱 교수와 목원대 장수찬 교수는 정치인과 일반 국민의 이념 성향을 비교했다. 김 교수 등은 "일반 국민과 정치인 모두 시간이 갈수록 진보적인 성향이 다소 강화됐다"고 말했다. 경제분야에선 일반 국민이 정치인보다 더 진보적이었으며, 정치.외교 분야는 정치인이 국민보다 진보적인 것으로 집계됐다. 김 교수 등은 "현 정당들은 국민의 이념적 분포를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변화 과정에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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