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사이트 해외이전 음란물 무차별 역공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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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서울 강남의 모 중소기업 대표 崔모(41)씨는 최근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인터넷을 통해 포르노를 보는 것을 발견하고 단단히 주의를 줬다.

지난해 말부터 일부 직원들이 점심시간이나 퇴근 무렵에 컴퓨터 앞에 몰려 앉는 일이 잦아 알아보니 한국인이 나오는 포르노물을 들여다보고 있었던 것.

이 회사 직원 네명이 매월 39달러(약 5만원)를 걷어 회원으로 가입한 이 포르노 사이트는 한글로 서비스되지만 서버는 미국에 있는 L성인사이트. 국내에서 성인사이트를 운영하던 업자가 지난해 10월 서버를 미국으로 옮긴 뒤 한국인 여성 PJ(포르노자키) 다섯명의 실제 성행위 장면을 방영하면서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처럼 서버를 해외로 옮겨 국내의 '에로 비디오' 수준이 아닌 '완전 포르노물'로 국내 네티즌들을 파고드는 변종 성인사이트들이 독버섯처럼 늘고 있다.

포르노가 합법화된 미국.캐나다.일본 등 해외 서버를 이용하면 검.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쉬운데다 자극적인 내용으로 회원들을 확보해 그만큼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같은 서버 변경이 지난해부터 급증하면서 2백개 가까이 되던 국내 성인사이트는 50여개로 준 반면 해외에 서버를 둔 업체는 1백50여개로 늘었다.

해외 서버를 통해 한글로 서비스되는 성인사이트들은 지난해 국내 성인방송국 전체 시장규모(1천2백억원)의 40%대인 5백억원을 벌어들였다.불과 한해 동안 10배 가까이 시장을 확장했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지난해 미국에 서버를 둔 한 성인사이트는 국내 여가수 P씨의 성행위 동영상으로 한달여 만에 40여억원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월 회비가 국내 성인사이트는 1만~1만5천원인 반면 이들 변종 사이트는 5만~8만원에 이르지만 회원들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이같은 시장 변화 때문에 지난해 1월 서울에서 인터넷 성인방송국을 차린 무명 코미디언 출신 李모(36)씨도 요즘 고민에 빠져 있다. 그는 "캐나다로 옮겨간 동료들이 국내에서 영업을 할 때보다 최대 10배까지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업체는 서버만 외국에 있을 뿐 국내 네티즌들을 겨냥해 내국인들이 등장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방송하는 사실상의 국내 성인사이트다.

최근에는 이같은 업체가 크게 늘면서 '라이브' 등 더욱 자극적인 프로그램을 내세워 스팸 메일을 뿌리며 경쟁적으로 청소년 네티즌까지 파고드는 실정이다.

그러나 서버가 외국에 있기 때문에 국내에 중계망이 없으면 이들 업체를 추적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 당국의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경 사이버범죄수사대는 6일 국내 중계소를 추적해 미국 서버 업체 J성인사이트를 처음 적발했으나 일부 기술자들만 입건했을 뿐 미국에 있는 운영자 金모(36)씨는 붙잡지 못했다.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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