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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폭행 전과자 양산 없앤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지난 2일 밤 택시 승차 문제로 주먹 다짐을 한 운전사 柳모씨와 승객 朴모씨가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붙잡혀 왔다.

그전 같으면 두 사람 다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으로 입건돼 폭력 전과자가 될 상황. 그러나 서로 화해하면서 처벌을 면하게 됐다.

같은 시간 술값 시비를 벌이던 술집주인 郭모(44)씨와 벤처회사 사장 尹모(45)씨가 서울 동대문경찰서로 연행됐지만 화해 직후 풀려났다.

尹씨는 "술김의 실수로 전과자가 되는 줄 알고 눈앞이 캄캄했는데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폭력 전과자 양산'이라는 문제점을 40년째 지적받아온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이 드디어 뜯어고쳐졌다.

밤에 일어난 단순 폭행사건은 무조건 형사처벌하도록 했던 규정을 삭제한 개정안(의원 입법)이 국회를 통과해 지난해 12월 19일 공포된 것이다.

이 법률은 1961년 5.16 쿠데타 직후 군사정부 아래서 사회기강 확립을 위해 제정됐다.

개정안은 야간(일몰 이후)에 일어나는 단순폭행 및 협박 행위에 대해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을 경우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로 인정했다.

밤에 일어난 폭행사건이면 별 것 아닌 일이라도 무조건 입건하던 관행이 크게 줄어들게 된 것이다. 낮 시간에 발생한 폭행사건은 그동안 형법에 따라 피해자와 합의만 하면 처벌을 면할 수 있었지만 이 법률의 적용을 받는 '야간' 및 '2인 이상'의 폭력행위에 대해서는 그동안 반의사불벌죄가 인정되지 않았다.

다만 개정안에서도 '2인 이상의 폭행'에 대해선 여전히 피해자 의사에 관계 없이 처벌토록 했다. 가해자들이 집단으로 피해자를 협박해 합의를 끌어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그동안 매년 40만명 정도를 전과자로 만들어온 이 법률이 개정되면서 일선 경찰서의 일도 크게 줄어 들었다.

동대문서 장경석(張景錫)형사과장은 "개정 후 우리 경찰서에서만도 50여건이 넘는 야간 폭행사건이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돼 불필요한 전과자 생산을 그 만큼 막게 됐다"고 반겼다.

강주안.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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