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김혜순 '날마다 맑은 유리처럼 떠올라'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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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넌 모를 거야

밤마다 내가

잠든 나를 살그머니 눕혀놓고

네게로 간다는 걸

이건 더욱 모를 거야

밤마다 네가

잠든 너를 벗어나

나를 맞으러 나온다는 걸

(중략)

그리고 넌 이것도 모를 거야

밤이 가고 아침이 오면

우리는 헤어져

다시 잠든 몸속으로 들어가

소리도 없이

드러눕는다는 걸

드러누워 불을 끄고

땅속 깊이 우리의 꽃대궁을

묻어둔다는 걸

그리고 잠 속 깊이 우리의 영혼을

감춘다는 걸

넌 더욱 모를 거야

-김혜순 (1955~ ) '날마다 맑은 유리처럼 떠올라' 중

"꿈길 밖에 길이 없어 꿈길로 가면 그 님은 나를 찾아 길떠나셨네"-이런 노래는 중학교 음악시간에 배웠다만, 히야, 요건 몰랐네. 앞으로는 잠잘 때, 밤이 가고 아침이 올 때, 주의하도록 해야겠다. 그런데 어떻게 주의하면 되는 거지? 이런 시를 읽으면 어이없이 외로워지는 기분인데, 나만 그런가?

김화영(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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