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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스마트폰 비중 11배 껑충 … 무선인터넷 시장도 쑥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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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지난해 국내 휴대전화 시장의 스마트폰 비중은 2%였다. 세계 시장 평균 14%의 7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불과 반 년 만에 이 비중은 22%로 11배로 뛰었다. 이 변화에 불을 댕긴 건 미국 애플의 아이폰이었다.

지난해 11월 28일 KT를 통해 국내에 상륙한 아이폰은 한국의 이동통신 시장을 뒤흔들어 놨다. 지난해 말까지 전문가들은 올해 스마트폰 판매량을 기껏해야 180만 대 정도로 예상했다. 하지만 5월 말 현재 스마트폰 개통 건수가 이미 예상치를 뛰어넘어 200만 대에 육박한다. 올 초 전문가들 전망치인 400만 대도 최근 500만 대로 상향 조정됐다.

이통업계도 앞다퉈 스마트폰 전쟁에 뛰어들었다. 최대 이통사인 SK텔레콤은 올해 20종의 스마트폰을 내놓을 예정이다. 당초 12~15종에서 늘려 잡은 것이다. KT는 연내 13종, 통합LG텔레콤은 10종을 내놓는다. 삼성전자·LG전자 등 제조업체도 ‘갤럭시’ ‘이클립스’ 같은 첨단 스마트폰을 잇따라 개발했다.

◆SW·무선인터넷 활기=뭐니뭐니 해도 스마트폰은 국내 소프트웨어(SW)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은 일등공신이다. 국산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 이하 앱)이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창구가 만들어졌다. 일부 개발자들은 애플의 앱 장터인 ‘앱스토어’에 게임 등을 올려 대박을 터뜨렸다. 고교생이 개발한 것이 국내 앱스토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국내 정보기술(IT) 업계에 ‘갈라파고스’라는 말이 자주 회자된 것도 아이폰 국내 출시 이후다. 갈라파고스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1000㎞쯤 떨어진 고립된 섬으로 ‘진화론’의 찰스 다윈이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이상한 동식물들을 발견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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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독자 무선플랫폼 ‘위피(WIPI)’가 국내 이동통신을 세계 시장에서 고립된 갈라파고스 섬처럼 만들었다는 반성이다. SW 업계의 손발을 묶는 규제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받았다. 스마트폰에 액티브X 기반의 공인인증서를 쓰도록 하려던 행정안전부의 시도는 각계 반발로 무산됐다.

불모지인 무선인터넷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은 스마트폰 시대가 빚어낸 가장 큰 변화다. 지난해까지 무선인터넷은 데이터 이동통신 요금이 비싸 사용자가 많지 않았다. 아이폰은 이런 무선인터넷 요금체계를 확 바꿔놨다. 월 평균 데이터 사용량이 일반 사용자보다 44배나 많은 아이폰 사용자가 늘면서, 무선데이터 요금을 확 낮춘 스마트폰 전용요금제가 속속 선보인 것. 특히 무료로 무선인터넷을 쓰는 와이파이(근거리 무선랜) 존도 전국적으로 확대 일로다. 3세대(3G) 이동통신 신호나 와이브로 신호를 와이파이로 바꿔 언제 어디서나 무료로 인터넷을 쓸 수 있게 하는 ‘에그’ ‘단비’ ‘브릿지’ 등도 잇따라 출시됐다. 아이폰을 공급하는 KT의 1분기 무선데이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 성장했다. 전체 가입자의 평균 데이터 사용량도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2년 뒤엔 3분의 1이 스마트폰=본지가 입수한 KT경제경영연구소의 ‘모바일 생태계를 바꾸는 아이폰의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에는 전체 휴대전화 이용자 중 3분의 1이 스마트폰을 쓸 전망이다. 스마트폰 이용자가 1600만여 명 이상이 된다는 것이다. 이통 3사를 통해 공급되는 단말기에서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비중은 59%로 예상했다. 무선데이터 시장은 11조62억원, SW·콘텐트 시장은 4조9618억원에 이른다. 일자리 창출 기대도 크다. 2012년까지 2만6600여 개의 일자리가 스마트폰 관련 사업으로 생겨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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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경쟁력도 덩달아 올라간다. 아이폰(3GS) 부품의 12.8%(가격 기준)를 삼성전자가 공급하는 등 국산 부품 관련 시장이 커지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의 백준봉 박사는 “아이폰은 단순한 휴대기기가 아니라 모바일 생태계의 축소판이다. 국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산업 전반에 큰 파장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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