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한국인 '꽃띠 패션' 미국서 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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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뉴욕 맨해튼의 "포에버21" 매장.

미국에서 한인이 경영하는 여성용 초저가 패션의류 체인점 '포에버 21'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백화점이나 할인점에 납품하지 않고 28개 주에 200개의 직영 매장을 운영하는 이 회사의 올해 매출액은 6억4000만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올해 만 20년이 된 포에버 21은 2001년에 매출 1억달러를 달성한 이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다음해 매출을 전년의 세배인 3억달러로 늘렸으며, 지난해는 5억달러를 넘겼다. 7000명 가까운 직원을 거느린 이 회사의 장도원(48) 사장은 "언제나 변하는 것이 우리 회사의 전략"이라고 말한다. 유행과 패션에 가장 민감한 10대와 20대 초반의 젊은 여성들을 매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새롭고 특이한 제품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상호도 영원한 21세란 뜻의 포에버 21로 지었다.

▶ 장도원 사장.

가격표를 의심할 정도의 염가도 물론 훌륭한 무기다. "스무살 안팎의 나이엔 정말로 입고 싶은 옷들이 많지요. 그러나 어디 돈이 있나요. 그래서 탐나는 옷을 싸게 만들어 팔면 장사가 된다고 생각했지요." 부인과 같이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장 사장의 저가 전략이다. 포에버 21의 또 다른 특징은 매장이 다 대형 쇼핑몰이나 유동인구가 많은 목 좋은 곳에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다. 임대료가 비싸더라도 확실히 장사 될 곳을 잡는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한인 업체가 대형 몰에 입점하는 것 자체가 하늘의 별 따기다. 특별한 비법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어느 쇼핑몰이나 장사가 잘 되는 가게가 들어오길 원한다"고 답했다. 그의 가게 한 곳당 연매출은 300만달러를 웃돌 정도로 손님이 바글바글하다.

포에버 21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출범했다. 당시 장씨 부부가 11만1000달러를 들여 '패션 21'이란 상호로 시작한 그의 회사는 최근 뉴욕대학(NYU) 캠퍼스와 이웃해 있는 유니언스퀘어(맨해튼 14가)에 대형 매장을 냈다. 이곳에서 만난 한 여성 고객은 "물건들이 확실히 다른 가게들에 비해 튀고 눈길을 끈다"고 말했다. 지난주 오하이오주 캔우드에 200번째 점포를 연 장 사장은 "앞으로도 매년 30~40개씩 매장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확장 속도가 너무 빠르지 않느냐는 지적에 그는 "오히려 느린 편"이라고 했다. 미국 내 시장규모, 그동안 축적한 영업 노하우와 브랜드 인지도 등을 감안할 때 점포수를 800~1000개까지 늘릴 것이라고 그는 밝혔다. 내년 여름부터는 대형 매장에서 남성 의류나 화장품.운동화 등을 판다는 구상도 털어놨다.

대부분의 의류회사가 중국에서 물건을 만들어 오지만 이 회사의 제품은 절반 이상이 'made in USA'라는 사실도 특이하다. 그러면서도 2달러대의 팬티, 10달러선의 셔츠, 20달러 안팎의 청바지 등 낮은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게 신기하다. 비결을 묻자 그는 "영업비밀…"이라며 웃어넘겼다. 일부에서 이 회사 제품을 '일회용 옷'으로 표현한다고 하자 그는 펄쩍 뛰었다. 반창고나 한번 쓰고 버리는 것이지 어떻게 옷을 그렇게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는 디자인과 컬러 감각이 경쟁사 제품보다 몇 걸음 앞서 있어 오히려 더 오래 입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씨 부부는 한국에서 결혼을 하고 81년 로스앤젤레스로 건너왔다. 당시 25세였던 그는 영어도 서툴렀지만 생계를 위해 주유소와 패스트푸드점, 경비 등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주유소에서 일할 때 그는 고급차를 타는 손님 중 상당수가 의류업계에 종사하는 걸 보고 이 분야에 뛰어들게 됐다고 털어놨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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