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판 밑 동전' 모아 11년 선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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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충남 천안시청 건물 한모퉁이에서 구두를 닦는 명덕식(明德植.54)씨의 작업실 깔판 밑에는 동전이 수북이 쌓여 있다. 그는 구두닦고 받은 돈 가운데 동전을 따로 모아 놓았다가 연말 소년소녀가장 돕기에 쓴다.

明씨는 올해도 그동안 정성껏 모은 때묻은 동전 수천개를 은행에서 지폐로 바꿔 지난 24일 천안시 사회복지과에 20만6천원을 맡겼다. 그는 '깔판 밑 동전'으로 불우이웃 돕기를 1991년부터 11년째 계속하고 있다.

17년 전부터 시청에서 구두를 닦아온 그의 평상시 조력자는 다리가 불편한 아내 오진순(47.4급 지체장애인)씨. 방학 때면 대학생 아들과 고교생 딸도 일을 거든다.

시청 직원들과 청사를 자주 찾는 시민들은 그를 '명(名)국장'이라고 부른다. 얼굴이 많이 알려졌고 친숙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유년 시절을 불우하게 보낸 그는 없는 사람들에게 겨울이 얼마나 힘든 계절인지 잘 안다.

明씨는 평소에도 이따금 고아원이나 양로원을 찾아 현금 외에 고구마.쌀을 전달한다. 때문에 천안의 사회복지시설치고 明씨를 모르는 곳이 없을 정도다.

그는 하루에 구두 1백여켤레를 닦는다. 요금은 들쭉날쭉하다. 매일 구두를 닦는 시청 직원들에게선 월정액을 받지만 다른 사람들의 경우 주는 대로 받는다. 그러니 백원.오백원짜리 동전이 깔판 밑에 쌓일 수밖에 없다.

明씨는 "우리 가족을 보살펴준 시청 직원들과 시민들에게 다소나마 은혜를 갚는다는 생각으로 어려운 이웃에게 작은 정성을 보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모 직업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밝게 자란 아들.딸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천안=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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