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로화 시대의 통상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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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내년 초부터 유럽연합(EU) 12개 회원국이 단일통화 유로(Euro)를 사용하게 된다. 세계 생산(GDP기준)의 16%와 세계 무역의 20%를 담당하는 단일경제권이 출범하는 것이다. 이는 1957년 유럽공동체 구성 이후 관세동맹.공동시장으로 이어온 유럽대륙의 경제통합 노력의 완결을 의미한다.

단기적으로 상거래에 혼란이 예상되고 가격이 오르는 등 유로화 통용의 정착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또 단일가격화가 기업의 수익성을 떨어뜨려 유럽 경제의 침체가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마지막 남은 거래 장벽인 환전 거래비용이 사라짐으로써 중장기적으로 유럽 경제의 부상(浮上)과 활성화에 기여할 것임은 분명하다.

유로화 통용과 이에 따른 유럽의 단일시장화는 역외국(域外國)에 대해 가격 인하와 역외 차별의 두 가지 압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우선 유럽 진출 사업의 현지화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투자.생산.유통 등 유럽 진출 및 관리체제 전반에 걸쳐 재편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특히 EU 역내와 그 주변국 중 물가.임금 등 원가경쟁력이 있는 지역으로 범유럽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한편, 지역.국가별로 소득과 소비자 취향이 다양한 유럽시장에 대해 상품의 차별화와 고급화 전략을 구사해야 할 것이다.

유로화는 국제무역에서 달러에 비해 3분의1 정도밖에 되지 않는 등 그 통용범위가 아직까지는 제한적이다. 그러나 조만간 국제금융거래와 각국의 외환보유에서 유로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 국제 기축통화로서 달러와 양대산맥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가 외환관리와 국제금융.무역거래에서 유로화의 비중을 높이는 등 달러.유로.엔 간의 권역별 환위험 관리체제를 갖춰야 할 이유다.

유로화 통용으로 국제경제의 블록화 추세가 더욱 힘을 얻게 됐다. 이를 부러워만 할 게 아니라 우리도 동북아 경제협력체 등 자체적 지역협력을 주도함으로써 어느 블록에도 속해 있지 않은 한계를 극복하는 통상전략이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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