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국내 유일 부부 애널리스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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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현대투신증권의 김승현(30)연구원과 메리츠증권의 고유선(30.여)연구원은 국내에서 유일한 부부 애널리스트다.

각각 소속 증권사에서 경제성장률.환율 등의 경제지표를 분석, 경제상황과 주가를 예측하는 일을 하고 있다.

두 사람은 1995년 서강대 경제학과 대학원을 함께 졸업했다. 이후 6개월 차이로 대우경제연구소에 입사했다. 이들은 국내외 경제 분야를 연구하면서 사랑이 싹터 99년 초 결혼했다.

高씨는 "대학원에 다닐 때는 각기 애인이 있어 연애상담을 해주기도 했다"며 "같은 직장에서 일하다 보니 정이 들어 결혼했다"고 말했다.

이제 서로 다른 직장에서 근무하는 두 사람은 매일 업무상 도움을 주고받지만 정확하고 치밀한 보고서로 승부해야 하는 경쟁자이기도 하다. 또 경제상황에 대한 시각 차이로 얼굴을 붉힐 때도 적지 않다.

예컨대 지난 10월 이후 국내 주가가 외국인의 주식매수로 크게 오를 때 두 사람 사이에 냉기가 돌았다. 당시 金씨는 "정보기술(IT) 부문의 경기회복이 불투명한 만큼 과도한 주가상승"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高씨는 "경제지표가 더 이상 나빠지지 않을 것이므로 주가상승은 당연하다"고 맞섰다.

때문에 밤새 미국 주가가 오르면 아내가, 떨어지면 남편이 미소를 짓는다.

또 중요한 아이디어는 서로 숨긴다. 金씨는 "각자가 쓰고 있는 보고서를 최종적으로 내놓기 전까진 모르는 체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많은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에 보고서에서 3분의1은 아내의 기여 부분"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고생하는 아내가 안쓰럽다고 했다. 아침에 서울 여의도 증권사로 출근할 때면 아내가 잠시나마 눈을 붙이도록 항상 자신이 운전한다. 오전 2~3시쯤 발표되는 미국의 경제지표를 확인하고 자야 할 경우에도 자신이 결과를 확인한 뒤 잠자리에 든다.

이들은 "부부 애널리스트라는 점 때문에 '나중에 아기를 낳으면 주식도사 되겠어'라는 농담을 주변에서 자주 듣는다"며 활짝 웃었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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