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권 마지막 해의 경제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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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내년 경제는 기대했던 경기회복의 가시화와 정권말기라는 시점에서 여느 해보다 정책운용이 주목되고 있다. 정부는 경제운용의 중심을 경기진작에 두고 예산의 조기집행을 포함해 적극적 경기부양책을 펴기로 했다.

선진국의 경기회복 등 대외 경제여건의 개선 아래 국내경기의 회복, 금융.기업구조조정 등 그간의 정책을 마무리짓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년 한해는 안팎의 여러 여건을 감안하면 운용과정에서 '원칙과 정도(正道)'가 더 강조되고 철저히 지켜져야 할 것이다.

되돌아보면 현 정부는 역대 정권보다 벌여놓은 정책이 많았다. 4대개혁을 들고나왔고 선거.교육개혁 등 정치.사회 부문에서도 의욕을 앞세웠던 일이 한둘이 아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성공적 마무리라는 평가는 극히 미약하다. 문제의 핵심파악에 치밀하지 못했고 일단 벌인 일은 끝장을 보겠다는 의지와 집행력도 미약했던 까닭이다. 구조조정만 해도 4년여를 추진했다고 하나 제조업 상장사의 3분의1이 금융빚의 이자도 제대로 벌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거시경제 측면에서도 신경쓸 일이 많아 수출과 투자 역시 여건이 만족스럽지 않고, 엔저(低)현상은 일년 내내 골치아픈 과제가 되리라고 보아야 한다. 최근의 부동산투기 역시 면밀한 대응을 놓친다면 물가 급등에 방아쇠를 당기는 것은 물론 그것이 토지와 빌딩에도 옮겨붙을 경우 고비용 저효율의 망령이 되살아날 것이다.

역대 정권을 보면 정권 초에 경기 살리기나 인기에 집착, 퇴임 무렵이 돼선 성적표를 구긴 일이 적지 않다. 현 정권이라고 이를 되풀이하지 말란 법이 없고, 그 징후는 이미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다. 선거정국은 레임덕 현상의 심화와 함께 경제를 더 흔들 가능성이 농후하다.

내년 경제운용은 단지 한해의 성패로만 끝나지 않는다. 경제에는 단절이나 중단이 있을 수 없다. 그런 만큼 현 정부는 최선의 마무리로 가급적 경제의 숙제와 빚을 적게 남기도록 주력해야 한다. 그것이 차기 정권이 아니라 바로 국민경제를 위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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