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경선 '反이인제 연대' 뜨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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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 차기 경선 주자들 사이에서 '반(反)이인제(李仁濟)연대'가 형성될 조짐이다. 이들은 당 발전특위(위원장 趙世衡)가 제시한 '내년 3월 전당대회'에 대해 일제히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한때 조기 전당대회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김중권(金重權)고문은 24일 "예비 경선제가 도입되는 등 상황이 달라졌다"며 입장을 바꿨다.1월 대표 선출, 4월 후보 선출을 주장하던 정동영(鄭東泳)고문도 "경선 시기는 전략의 문제고 이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鄭고문은 "경선이 유일하게 여당에 활력을 줄 수 있는 방안인데 각종 게이트 등으로 여권의 입지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3월 후보 선출' 쪽이던 노무현(盧武鉉)고문측도 "전당대회 시기는 최우선 이슈가 아니다"고 말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지방선거 이전 전당대회 개최'가 다수의 주장이었고, 한화갑(韓和甲).김근태 고문만 '7월 선출'을 주장했는데 삽시간에 역전됐다.

이날 한화갑 고문측은 "지방선거 이후 대선 후보를 뽑는 것이 합리적임이 입증됐다"고 기세를 올렸다. 당내에선 "주자들 사이에서 이인제 고문의 독주를 견제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주자들 간에 사전 교감이 이뤄졌을 가능성에 대해 韓고문측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지만 부인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민주당 당무회의의 현재 인적 구성으로 볼 때 3월 전대가 이번주 안에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 줄기차게 3월 전당대회를 통한 대통령 후보 조기 결정을 주장해 온 이인제 고문측은 "당무회의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표결을 해야 할 것"이라며 "표결하면 승리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한광옥(韓光玉)대표는 "오는 28일까지는 어찌됐든 결론을 내야 당이 산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한화갑 고문측은 "여야의 선거법 협상도 표결을 안하는데 당내 문제를 표결로 처리하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이인제 고문을 제외한 모든 주자가 반대할 경우 민주당은 조기 전당대회를 할 수도, 안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태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당 주변에선 전당대회 시기를 둘러싼 이같은 논의가 후보간의 합종연횡으로 발전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김종혁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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