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괴선박 격침… 북한·일본 관계 악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정부 당국자들은 일본 순시선이 북한 공작선으로 추정되는 괴선박을 격침한 사건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괴선박이 북한 공작선인지가 확인되지 않은 데다 정확한 격침과정을 모른다는 이유에서다. 한승수(韓昇洙)외교통상부 장관도 기자간담회에서 "중대한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만 언급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번 사건의 배경과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괴선박이 북한 공작선으로 판명됐을 경우의 북.일관계 외에도 일본의 과잉대응 논란에 따른 중.일관계,격침과정에서 드러난 일본의 적극적인 안보의지, 미.일 양국의 긴밀한 협력설 등 이번 사건이 동북아 안보환경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게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먼저 북.일관계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것이 뻔하다. 괴선박이 북한 배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자국 선박이 아니라고 확인했고,일본 언론 보도는 괴선박을 북한 공작선으로 단정하는 분위기다. 조총련 산하 금융기관의 부정대출과 관련한 일본 경찰의 조총련 강제수사와 이에 맞선 북한의 일본인 납치의혹 조사 중지에 이은 이번 사건은 양국 관계를 상당기간 냉각시킬 것이다.

양국 관계의 악화는 남.북,북.미 관계에도 불똥을 튀길 수 있다. 북한이 괴선박의 실체에 대해 책임있는 해명을 하지 않을 경우 일본은 남북 화해에 제동을 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더구나 괴선박에 대한 미국의 정보제공설마저 흘러나오고 있는 만큼 북.미관계 개선도 기대하기 힘들다. 북한으로선 조총련 수사나 괴선박 격침사건을 북한 옥죄기의 일환으로 볼 가능성이 크고, 이는 북한의 고립.강경노선을 부추길 수 있다.

중.일관계도 주목거리다.일본은 괴선박 추적을 중국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중국 정부는 괴선박 격침을 안보적 차원에서 접근하며 우려를 나타냈다. 격침이 중국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 이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은 일본으로부터 정확한 진상을 통보받으면 대일(對日) 공세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 주변사태법 및 테러대책법 제정에 따른 자위대의 활동반경 확대와 급속한 전력(戰力)강화 등 일본의 군사적 움직임을 견제하기 위해 이번 사건을 카드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일본이 국내법 손질을 통해 방위력의 질적 강화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도 관심사다.

도쿄=오대영 특파원,서울=오영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