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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뉴스] '수능시험 부정행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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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출근시간 늦추세요.

비행기도 뜨면 안 됩니다.

자동차 경적도 참아주세요.

출제위원은 한달간 '감금',

시험지 수송은 007 작전,

감독관이 6만여명에다

들어가는 돈이 220여억원.

수능시험 이야기랍니다.

그 앞에만 가면 모든 사람이

꼼짝없이 작아지니

위세가 참 대단하죠.

행여나 수험생 방해할까봐

시험 감독관조차 조심조심

발소리 안 나게 다녔다네요.

그래요, 대입은 중요하죠.

한번에 인생이 결정되는

절체절명의 시험인데…

그래서 수험생을 위해

전 국민이 서비스하자고 했죠.

그런데 극소수 수험생이

이 서비스를 조롱했네요.

의리와 우정의 이름으로

'IT강국 코리아'의 기술로

부정행위를 벌였다는

선후배들 말입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자"며

성적과 양심을 맞바꾸다

줄줄이 쇠고랑 찼죠.

그 탓에 우리 모두의

휴대전화 메시지 3억여건이

체로 훑듯 샅샅이 조사받고…

우리의 소중한 사생활이 숫제

쓰레기통에 처박히는군요.

모두가 잠재적인 범죄자로

의심받는 셈이기도 하고.

그런데도 할말이 없군요.

점수만 잘 받으면 된다는

성적 지상주의에다

결과가 수단을 합리화하고

한방에 모든 걸 해결하려는

인생역전 신화를 심어준 게

우리 어른들이니…

시험부정을 내다보지 못한

어두운 눈을 탓할 뿐

사생활 침해를 주장하는 건

어불성설이 될 수밖에요.

*지난달 17일 치러진 수능시험과 관련한 부정행위를 찾아내기 위해 경찰은 3억여건의 휴대전화 메시지를 검색하는 등 대규모 수사를 벌이고 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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