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시간 늦추세요.
비행기도 뜨면 안 됩니다.
자동차 경적도 참아주세요.
출제위원은 한달간 '감금',
시험지 수송은 007 작전,
감독관이 6만여명에다
들어가는 돈이 220여억원.
수능시험 이야기랍니다.
그 앞에만 가면 모든 사람이
꼼짝없이 작아지니
위세가 참 대단하죠.
행여나 수험생 방해할까봐
시험 감독관조차 조심조심
발소리 안 나게 다녔다네요.
그래요, 대입은 중요하죠.
한번에 인생이 결정되는
절체절명의 시험인데…
그래서 수험생을 위해
전 국민이 서비스하자고 했죠.
그런데 극소수 수험생이
이 서비스를 조롱했네요.
의리와 우정의 이름으로
'IT강국 코리아'의 기술로
부정행위를 벌였다는
선후배들 말입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자"며
성적과 양심을 맞바꾸다
줄줄이 쇠고랑 찼죠.
그 탓에 우리 모두의
휴대전화 메시지 3억여건이
체로 훑듯 샅샅이 조사받고…
우리의 소중한 사생활이 숫제
쓰레기통에 처박히는군요.
모두가 잠재적인 범죄자로
의심받는 셈이기도 하고.
그런데도 할말이 없군요.
점수만 잘 받으면 된다는
성적 지상주의에다
결과가 수단을 합리화하고
한방에 모든 걸 해결하려는
인생역전 신화를 심어준 게
우리 어른들이니…
시험부정을 내다보지 못한
어두운 눈을 탓할 뿐
사생활 침해를 주장하는 건
어불성설이 될 수밖에요.
*지난달 17일 치러진 수능시험과 관련한 부정행위를 찾아내기 위해 경찰은 3억여건의 휴대전화 메시지를 검색하는 등 대규모 수사를 벌이고 있다.
하현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