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금리 인상 전 돈줄 안 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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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정책금리 인상 전에 돈줄을 죄지는 않기로 했다. 애초 Fed는 출구전략을 위한 정책금리 인상 전에 1조4000억 달러에 달하는 보유 유가증권을 팔아 시중자금을 빨아들일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Fed는 24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게재한 ‘2009년 연차보고서’에서 “보유 중인 유가증권을 가까운 시일 내 팔지 않을 것”이라며 “적어도 긴축적인 통화정책이 시행되기 시작하고 경제가 안정적인 회복세에 접어든 것이 확인된 후 자산 매각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Fed는 금융위기 이후 정책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춘 데 이어 주택시장의 붕괴를 막기 위해 1조4000억 달러에 달하는 유가증권을 사들이는 방법으로 시중에 돈을 풀었다. 그 결과 Fed의 자산은 2007년 말 9000억 달러 수준에서 2조3000억 달러로 늘어 지나치게 비대해졌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월가에선 Fed가 정책금리를 올리기 전에 먼저 보유 자산을 매각해 돈줄부터 죌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경기 회복세가 아직 확고하지 않은 데다 유럽 재정위기까지 겹친 상황에서 Fed가 섣불리 자산을 매각할 경우 금융시장 불안을 부채질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유럽 재정위기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에 대한 낙관적 전망은 잇따르고 있다. 전미실물경제협회(NABE)는 이날 미국 내 기업·연구소·대학의 경기예측 전문가를 상대로 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올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3.2%로 상향 조정했다. 2월 전망치는 3.1%였다.

NABE는 “최근 유럽의 재정위기가 불거지고 있지만 미국 경제 전망은 개선되고 있다”며 “성장 전망은 더 강해지고 있는 데 비해 실업과 인플레이션 우려는 완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Fed도 19일 공개한 4월 통화정책 의사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 범위를 1월에 제시했던 2.8∼3.5%에서 3.2∼3.7%로 올린 바 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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