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왜소증 학생 하버드 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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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너무 하고 싶은 일이 많아 남들과 외모가 다르다는 것을 느낄 시간조차 없었습니다."

왜소증으로 키가 1m16㎝밖에 자라지 않은 한인 장애학생 임대웅(미국명 피터 임.18)군이 미국 최고의 명문 중 하나인 하버드대에 조기 입학하게 됐다. 그는 미 전역의 우수 고교생들을 대상으로 내년 9월 학기에 입학할 신입생 중 일부를 먼저 뽑는 전형에 합격했다. 이 시험은 우리나라의 수시모집에 해당한다.

역사학을 전공하고 싶다는 '작은 거인' 임군은 다섯살 때부터 성장이 멈추고 뼈가 휘어지는 난치병을 앓았다. 뉴저지주에 있는 프린스턴 데이스쿨 12학년인 그의 지능지수(IQ)는 1백58.

임군은 지난 6월 델라웨어주 듀폰병원에서 휘어진 다리뼈를 바로잡기 위해 여덟군데를 절단하고 목뼈를 이식하는 대수술을 받아 한학기를 쉬어야 했다.

그런데도 우리의 대입 수능시험에 해당하는 미국 대학입학 자격시험(SAT)에서 1천6백점 만점에 1천5백60점(영어 8백점.수학 7백60점)을 받았다. 또 미 전역 수학경시대회 1등, USA투데이 주최 에세이대회 1등, 존스 홉킨스대 영재교육 프로그램 최우수학생 선정 등의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다.

그는 소설 집필에도 재능을 보여 고교 시절에 단편소설을 여러편 쓰기도 했다.

아버지 임종호씨는 "키가 작아 힘들어 보인다며 간혹 누군가 무거운 책가방을 들어주겠다고 하면 아들은 화를 버럭 내곤 했다"며 "친구들과 똑같이 대해주기를 고집하는 '보통 아이'였다"고 말했다.

임군은 "왜 사람들이 산을 오르려고도 하지 않고 높다고만 하는지 모르겠다"며 "아침 햇살에 비치는 자신의 그림자만큼 큰 게 없다"고 조크하는 여유를 보였다.

그는 "내 스스로 할 수 있는데도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다른 사람들보다 몇배 더 열심히 살아온 결과 이같은 영예를 누리게 됐다"며 활짝 웃었다.

뉴욕=신중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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