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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아기 동물들과 성탄절 사랑 나눠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우와!호랑이다, 호랑이!"

"저기 원숭이도 있어!"

지난 21일 오후 서울 남산보육원(원장 徐貞子)의 아이들 50명은 조금 이른 산타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다.

빨간 산타옷 대신 평상복을 입은 여섯명의 산타는 루돌프 사슴 대신에 아기 호랑이와 펭귄을 데리고 아이들을 찾아왔다.

1997년 3월부터 아기 동물들을 데리고 외로운 이웃들을 방문해온 에버랜드 동물원 '팬더 봉사팀'은 이날도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자, 팔을 이렇게 내밀면 원숭이가 가서 앉을 거예요."

김혜진(金惠珍.22.여)동물아카데미 교사의 말에 아이들 10여명이 저마다 팔을 뻗었다. 다람쥐 원숭이 '또또'가 팔 위로 훌쩍 올라 앉자 수줍음이 많은 지연(12.여)이도 활짝 웃었다.

"나 호랑이랑 사진 찍었다!"

솔이(7.여)는 유성수(柳聖秀.29)물개공연장 주임이 찍어준 즉석 사진을 자랑스레 들어보였다. 그르렁거리는 아기 호랑이에 움찔대던 아이들이 살며시 손을 내밀어 본다.

팬더 봉사팀은 '동물원만이 할 수 있는 봉사'를 위해 창단됐다. 신남식(申南植)원장을 비롯해 에버랜드 동물원 직원 70여명은 바쁜 주말을 피해 번갈아 봉사한다. 매번 10여명이 비슷한 수의 아기 동물을 데리고 오는데, 이날은 한 팀이 과천시에 봉사를 가는 바람에 조금 적은 인원이 왔다.

곰.사자.앵무새 등 10여종의 아기 동물들은 1백마리가 넘지만 이들이 모두 '출장 동물원'에 뽑히는 것은 아니다. 봉사팀은 훈련 과정에서 낯선 곳에 잘 적응하는 동물을 미리 고른 뒤 봉사 당일 건강 상태를 보고 최종 선발한다. 안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동물은 정서적인 안정을 찾게 해주는 심리치료 효과를 거둘 수 있어 인기가 높다. 감정표현이 서툰 지체장애인들도 아기 동물을 쓰다듬으며 미소짓는다고 한다. "부르는 곳은 많은데 동물들에게 스트레스를 줄까봐 한 달에 두 번밖에 못간다"며 이양규(李亮奎.31)호랑이 사육 주임은 아쉬워했다.

"으악!원숭이가 내 머리에 오줌 쌌어!"

원숭이를 머리에 앉히고 좋아하던 영호(8)가 소리를 질렀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까르르 쏟아졌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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