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어디로 가야하나] 3. 시민없는 시민단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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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시민없는 시민단체'-. 우리나라 시민단체들이 사회적으로 주목받으면서 지겹게 듣는 얘기다."스타만 있고 시민은 없다" "엘리트 운동이다" "상근 운동가들의 모임이다" 등등도 모두 같은 차원의 얘기들이다.

시민참여가 일반시민들이 단체에 회원으로 참여,회비납부 또는 자원봉사를 하는 것이라면 우리의 시민단체들은 열악성을 면치 못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큰 단체는 사무국이 지나칠 정도로 비대하고, 작은 단체는 시민회원이 없어도 눈부신 활동을 펼치는 이상(異常)구조를 가지고 있다.'시민회원'이 없어도 '사무국'이 굴러가고 있는 것이다.

현재 경실련(전국 회원수 3만5천명, 예산 8억원).참여연대 (1만4천명, 15억6천만원).녹색연합(1만5천명, 8억원) 등 유명 시민단체 회원중 연간 1만원 이상씩을 내는 '진짜'회원은 30~40% 뿐이다.

그 돈으로는 연간 재정의 40% 정도를 채울 뿐 나머지 연 4억~8억원씩의 예산은 그때 그때 뜻있는 개인이나 기업의 후원 또는 수익사업에 의지하고 있다. 그것으로 상근직원이 40~50명씩이나 하는 큰 사무국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영세단체들의 사정은 말할 것도 없다.2만개(지부 포함,1999년 말 현재)에 달하는 시민단체들 중 아예 회비를 내는 회원이 없는 단체들도 부지기수다. 이들 단체에선 비상근 사무총장 등 리더들이 자기 주머니를 털어 단체를 끌고 간다.

한국의 시민단체들은 일반시민들의 회비.자원봉사로 운영되기보다는 전문가 또는 상근간사가 움직여 나가는 체제다.

반면 선진국 단체들은 모두 시민들이 끌어 가고 있다. 미국 최대의 정치개혁 단체인 '커먼 코즈'(Common Cause)는 전국에 25만명의 회원들이 있고 워싱턴 DC 본부에만 1백여명의 자원봉사자가 있다.

본부 상근 직원은 한국의 경실련 본부(42명)보다 조금 많은 50명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경실련의 고대연 정책실장은 "시민들의 기부금.자원봉사 활성화를 기다리기에는 해야 할 작업이 너무 많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라며 "아직은 비판보다는 격려가 필요할 때"라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 시민단체들이 사무국 비대화를 계속 지향하거나 리더.간사의 열정과 희생에만 의존, 시민들을 참여 시키는 노력을 게을리한다면 비판의 시간은 그만큼 연장될 것이다. 그 점에서 수년 전부터 회원.자원봉사자 모집에 노력해 나름대로 성공을 거두고 있는 환경운동연합(전국 회원 8만1천명, 예산 17억5천만원)의 사례를 모든 단체들은 좀 더 주의깊게 연구할 필요가 있다.

이창호 전문위원(본사 시민사회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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