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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현장 이 문제] 삼척서 미륵불 훼손 논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미륵불의 손상 없이 도로를 직선화 하겠다."(삼척시)

"일단 공사를 시작하면 훼손은 불가피하다."(향토사학계)

강원도 삼척시 남양동 백조아파트앞~종합버스정류장 사이 4차선도로의 직선화 공사를 놓고 시와 향토사학계가 대립하고 있다.

삼척시는 내년 7월 세계동굴박람회를 앞두고 도시 교통망을 확충해야 한다는 것을 이유로 10여년간 미뤄오던 이곳 시우회도로의 직선화 공사를 강행키로했다.

삼척시는 "현재의 도로가 직선으로 2백70m에 불과한 곳을 2㎞나 돌아가도록 돼있어 교통 흐름에 막대한 지장을 주고 있다"며 "직선화 공사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시는 주민들에게 이 사업의 불가피성을 설명한 뒤 내년 초부터 공사를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이 계획에 대해 삼척문화원등 향토사학계는 "공사구간 안에 있는 3개의 미륵불이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며 사업의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시내를 내려다 보고있는 봉황산의 끝자락, 평지에서 9m 정도의 높이에 앉아있는 이 미륵불들은 1835년 당시 삼척 부사였던 이규헌이 만든 시의 명물로 많은 주민들이 신성시 하는 것이다.

향토사학자들은 "코끼리 형태의 봉황산이 너무 험악하고 요사스러운 기운이 강해 그 악기(惡氣)를 다스리기 위해 놓은 것이 이들 미륵불"이라며 "시민들에게 삼척시의 수호인이자 상징물로 인식돼 온 만큼 절대로 훼손되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원우(金源右.65)삼척문화원장은 "6.25전쟁때 군인들이 미륵불을 인근 하천에 버린후 가뭄이 들었으며 주민들이 원위치에 옮겨놓자 곧바로 비가 온 사실이 실제로 있었다"고 증언했다.

학계에서는 지하도 형태의 터널을 뚫어 미륵불의 훼손을 막겠다는 시의 주장에 대해서 미륵불이 서있는 산을 파헤치는 자체가 문제라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金원장은 "간선도로도 아닌데 굳이 도로를 개설할 필요가 있느냐"며 "시가 공사를 강행할 경우 물리적인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삼척=홍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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