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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앱만 18만 개 … 개발보다 마케팅이 더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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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개발업체 ‘아이아라(AIARA)’의 차상안(31·사진) 업무최고책임자(COO). 그는 해외출장이 잦다. 1년의 4분의 1은 출장 중이다. 출장에선 업무보다 노는 시간이 더 많다.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지인들을 찾아다니며 논다. 그러면서 알게 된 정보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을 구상한다. 차 COO는 “놀다 보면 자연스레 사람들의 관심사를 알게 된다. 유명 연구기관의 보고서보다 이런 정보가 더 빠르고 유익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잘나가던 모바일 게임업체 ‘이루고’를 매각하고 스마트폰 앱 개발업체를 창업한 것도 이 덕분이다. 스마트폰이 불러올 모바일 시장의 변화를 감지했던 것이다. 회사 이름은 인터넷이나 정보를 뜻하는 ‘아이(i)’와 바다를 뜻하는 순우리말 ‘아라’를 결합한 것이다. 아이아라는 지난해 12월 생년월일로 자신에게 제일 잘 맞는 동물캐릭터를 알아보는 앱인 ‘사주동물원(Zoodiac Sign)’을 출시했다. 이 앱은 사흘 만에 한국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 1위를 기록했다. 일본 앱 시장에서도 6위에 올랐다.

그의 벤처 창업은 이번이 세 번째다. 스무 살 때인 1999년 음악 시뮬레이션 게임 개발업체 ‘엑서테이너’를 처음 창업했다. 옛 정보통신부가 주최한 ‘벤처 창업 경진대회’에서 최연소 장관상과 함께 받은 상금 2000만원을 밑천으로 만든 회사다. 당시 인기를 끌던 음악 시뮬레이션 게임(DDR)용 시스템을 개발해 대박을 터트렸다. 2005년 군복무를 마치고 사회에 복귀하면서 두 번째 회사인 이루고를 세웠다. 일본 닌텐도DS 게임 개발로 재미도 봤다. SK텔레콤·KT·LG전자 등과도 일했다.

한국의 작은 벤처기업이 일본 닌텐도와 손잡은 것도 ‘놀다 보니 운대가 맞아서’였단다. 그는 “슬럼프에서 벗어나려고 출장 핑계를 대고 일본에 갔다. 명분 없이 놀 순 없어 담당자 명함이나 받아두려고 닌텐도를 찾아갔다”고 회상했다. 처음엔 들은 척도 하지 않던 담당자가 연거푸 찾아가니 만나줬다. 그러다 한국 진출을 염두에 둔 닌텐도가 그에게 연락하면서 계약으로 이어졌다. LG전자와의 인연도 무작정 담당자를 찾아가 얼굴을 익혔던 덕분이었다. LG전자가 휴대전화 마케팅에 게임을 활용하기로 하면서 그를 기억해 연락해 왔다.

아이아라는 미국 유명 엔터테인먼트업체와 콘텐트 공동개발 계약을 앞두고 있다. 다음달 말부터는 정보기술(IT) 전문교육기관인 중앙일보 HTA(02-2000-6037, www. jhta. co.kr)와 공동으로 ‘아이폰 앱스토어 비즈니스 창업 과정’도 운영할 계획이다. 다음달 9일 사업설명회를 연다. 그는 “앱은 개발보다 그 이후 마케팅이 더 중요하다”며 “사람들에게 개발한 앱을 알리고 사용하도록 만들려면 상당한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18만 개에 달하는 아이폰 앱 중에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란 쉬운 일이 아니어서다. 창업교육에서도 앱을 개발하는 실무 기술뿐 아니라 기획·유통·배급 등에 이르는 전반적인 상황을 알려줄 생각이다. 그는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앱 사업에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길잡이 역할을 하겠다. 이 길을 가는 동료가 더 늘어야 앱 시장이 빨리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글=박혜민 기자,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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