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기업 국내서 승승장구 '기분좋은 2001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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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국내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올 들어 국내시장 점유율이 크게 높아졌고, 매출액 증가율이 세자릿수나 되는 외국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국내기업들이 조선.자동차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곤 대부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 금융.자동차.서비스 부문 급성장=외국계 보험회사가 급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계 AIG는 올해 수입보험료가 2백24%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이 회사는 지난해에도 1백17.9% 신장했다.

독일계 알리안츠제일생명(http://www.allianzfirstlife.co.kr)은 시장점유율이 지난 3월 말 끝난 지난해 회계연도의 3.6%에서 올해는 4.5%(10월 말 현재)로 높아졌다. 자산을 기준으로하면 1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추산됐다.

이들 외국계 보험사들은 종신보험 등 국내업체들이 소홀히 해온 분야를 파고 들어 급성장한 것으로 분석됐다.

책판매 등 각종 서비스 부문에서도 선진 마케팅기법을 앞세운 외국기업들이 초고속 성장을 하고 있다.

회원제 북클럽을 운영하는 베텔스만 코리아(http://www.thebookclub.co.kr)는 1998년 한국시장에 진출한 이후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회원 수가 급증해 올해 매출액도 지난해에 비해 2백20% 늘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이 업체는 카탈로그를 통한 판매 등 다양한 선진 마케팅 기법으로 시장점유율을 급속히 늘리고 있다.

다국적 의약품 유통업체인 쥴릭파마와 담배회사 BAT 등도 세자릿수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두자릿수 성장을 한 외국기업도 많다. 의약품 판매업체인 MSD의 경우 94년 진출 이래 매출액 신장률이 전세계 지사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이 매년 두자릿수 이상 급신장해 지난해(6백80억원)에 이어 올해도 70% 늘어난 1천1백6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우수한 품질에 기초한 판매를 마케팅 원칙으로 삼고 있다"며 "거래처인 병원 관계자의 경조사에도 현금을 기부하지 못하도록 할 정도로 리베이트나 접대 등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P&G(http://www.pg.co.kr)는 식품.생활용품 분야에서 두자릿수 신장을 지속하고 있다. 97년 한국 시장에 선보인 감자칩 프링글스의 경우 올해 국내 감자칩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했다. 매출액이 전년비 60% 이상 신장해 4년 동안 세배 가까이로 늘어났다.

프링글스 담당자는 "매년 한국소비자의 기호에 맞는 제품을 선보인 것이 매출 급증의 비결"이라며 "미니 캔 등 크기를 달리한 원통형의 포장 등으로 소비자의 욕구를 만족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계 자동차 기업들도 판매 급증세를 이어가고 있다. BMW 코리아는 올해 매출액이 1천7백80억원으로 지난해(1천1백30억원)보다 50%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이는 BMW가 국내에 진출한 이래 최고 실적이다.

다임러크라이슬러 코리아(http://www.daimlerchrysler-korea.co.kr)는 판매대수가 27%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수입차가 약진하고 있는 것은 규제가 완화된 데다 외국업체들이 오픈카 등으로 젊은층의 수요를 파고 들었기 때문인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올해부터 백화점.할인점.골프장 등에서 각종 행사를 개최하며 중산층을 고객으로 끌어들였다.

유럽풍 패밀리 레스토랑인 마르쉐도 올해 매출액이 70% 정도 늘어난 4백4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김흥식 마케팅 팀장은 "다양한 음식뿐 아니라 요리대회.무용공연 등 각종 문화행사를 통해 문화공간으로서 고객들에게 먹거리와 볼거리를 제공한 게 인기를 끈 요인"이라고 말했다. 한국애보트.한국쓰리엠 등도 올해 두자릿수 성장을 했다.

◇ 마케팅과 인력투자가 핵심=전국경제인연합회 외국기업 담당 장국현 상무는 이와 관련, "외국기업들의 마케팅 기법이 매우 뛰어나다"며 "마케팅 인력을 키우기 위해 1년 이상 장기 프로그램에 맞춰 투자를 하는 등 인력의 경쟁력 확보에 힘쓰는 외국기업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업체들이 ▶관리부서보다 영업조직이 강하고▶임직원의 경력관리에 역점을 두며▶아웃소싱으로 비용을 줄이는 등의 노력을 하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김시래.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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