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보기] 양金의 대선용 화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얼마전 YS의 대변인인 한나라당 박종웅 의원이 이런 말을 했다. "DJ가 YS에게 화해를 제의했다". 그러자 청와대 오홍근 대변인이 펄쩍 뛰었다."그런 일 없다."

얘기는 거기서 묻혔다. 그러나 그렇게 묻혀버릴 문제가 아니었다. 두 사람의 화해는 단순한 만남일 수 없다. 대통령선거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말을 추적해봤다.

지난달 중순 YS의 상도동 자택을 김상현씨가 찾았다. DJ의 오랜 동지요 YS와도 당을 함께 했던 그다. 金씨는 YS에게 DJ를 만날 것을 권했다.

"청와대가 껄끄러우면 신라나 롯데호텔에서 만나시죠."

YS는 한마디로 거절했다. "만날 일 없어."

金씨의 권유는 계속됐다."두 분이 지역감정 극복에 나서야지요."

그러나 소용없었다. YS는 완강했다. 결국 金씨도 돌아섰다.

문제는 김상현씨다. 누가 그를 보냈느냐다.

김상현씨 얘기를 들어봤다. "순전히 내 개인 생각이었어요. 두 분이서 화해해야 한다는 게 내 소신입니다."

그러나 朴의원의 얘기는 달랐다. "개인생각이라면 어떻게 신라나 롯데호텔 얘기를 할 수 있어요. DJ 지시 없이 가능한 얘깁니까."

그 부분은 金씨 설명이 옹색하다.

"내가 나서서 DJ를 호텔로 모시면 되는 거지요."

그게 가능하냐고 물었다.

"YS가 하겠다면 DJ는 신중히 검토할 겁니다." 확신에 찬 말투였다. 김상현씨가 최근 DJ를 만난 적은 없다. 그렇다면 중간에 다른 사람이 있는 걸까.

다시 朴의원에게 물었다."왜 YS는 DJ와 화해를 안하려는 건가요."

뜻밖의 대답이 나왔다. 조건만 충족되면 만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조건은 DJ의 사과다. YS 주변에 가해진 정치보복에 대한 사과라고 표현했다. 분명한 변화였다."스칠지는 몰라도 만날 일은 없다"던 YS다. 그렇다면 변화가 지향하는 목적이 없을 리 없다. 화해 다음 수순이 궁금했다.

"두 분의 화해가 3金연합의 시발이 될 수도 있나요."

또한번 뜻밖의 대답이 나왔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될 수 있다고 했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요. 함께 후보를 만드는 일도 가능할지 몰라요." 문제는 그것이 YS의 생각이냐는 거다.

검증을 위해 朴의원의 약을 올려봤다.

"朴의원 개인생각이겠지요." 갑자기 목소리가 높아졌다.

"어제도 YS와 차를 마셨고 오늘도 점심을 같이 했어요. 내가 내 얘기를 어떻게 함부로 합니까."

대선 공조가 가능하다면 후보는 누구일까.

순간 민주당 이인제 고문이 최근 3金포용론을 얘기한 게 생각났다. 李고문과 김종필 총재가 갑자기 가까워진 것도 실은 이런저런 사연이 있었다. 영남후보론의 김윤환 민국당 대표도 최근 이인제씨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YS 마음은 누군가요. 이인제씨인가요."

朴의원의 대답은 이 대목에서 늘어졌다. 그러나 분명한 메시지가 하나 있었다. YS가 이회창씨는 안된다고 결심했다는 대목이다. "안된다고 할 때는 이미 복안도 마련해 두셨다고 봐야지요."

"그렇다면 얼마전 왜 DJ를 또 비난했나요."

"빨리 사과하라는 거지요." 시간이 없다는 얘기였다.

결국 진정한 화해를 바라는 건 아니었다. 반(反)이회창연대가 당면 목표다. 화해는 그것을 위한 수단이다. 그렇다면 요식적 화해는 어렵지 않을 수 있다. 공은 DJ에게로 넘어갔다. 반이회창연대 합류부터 결심해야 한다. 그런데 DJ는 엄정중립을 약속했다. 말과 마음이 따로 갈 수 없는 지점이다.

이연홍 편집위원(정치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