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공서열식 봉급상승률, 일본 추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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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우리나라에서 한 직장에 오래 있으면 봉급이 저절로 올라가는 정도가 연공서열 전통이 가장 강하다는 일본보다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능력급.성과급 체제가 그만큼 취약하다는 이야기다.

대한상공회의소(http://www.korcham.net)는 16일 내놓은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임금체계 개편' 보고서에서 주요 선진국의 임금체계를 한국과 비교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이런 주장을 제기했다.

노동부 등 국내외 임금자료를 취합 분석한 내용을 보면 20년 이상 근속한 우리나라 근로자의 평균 임금수준은 신입사원을 1백으로 했을 때 1백75.6이었다. 입사 때 1백만원의 봉급을 받은 사람이 20년 뒤에는 1백75만여원을 받는다는 뜻.

이는 연공서열 인사제도의 본산지라는 일본의 1백72보다도 높게 나타났다. 또 프랑스(1백30.9).이탈리아(1백28.2).독일(1백18.8) 등 유럽 주요 선진국보다 초임 대비 임금상승률이 많은 경우 네배에 달했다.

대한상의 엄기웅 상무는 "연공서열식 임금구조는 생산성과 관계없이 오래 일하면 많이 받는 식이어서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늘리고 오래 일한 근로자 입장에서도 일자리가 불안한 등 폐단이 크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같은 직종,같은 직급에 머물면 근속연수가 늘어도 임금이 자동적으로 늘지 않아 인력 감축 때 최근 입사자부터 줄이는 관행이 정착됐다는 것.

보고서는 연공서열에 따라 급여를 많이 주는데 따른 폐단은 기업 입장에서 크게 두가지라고 정리했다.

첫째는 전직이 쉽지 않은 40,50대 근로자를 우선 감축대상으로 삼게 돼 명예퇴직금 문제 등 노사갈등 요인이 된다는 것. 둘째는 숙련도가 높은 기능직이나 경험이 많은 사무직 계층에 해직 압력이 집중되면서 기술과 경영 노하우 축적을 어렵게 한다는 점을 꼽았다.

보고서는 "고용안정을 위해서라도 기업이 원하는 인력 변화의 추이를 반영해 임금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고 연봉제.성과배분제 같은 능력.성과급제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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