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 함께 실내 맨손 운동] 행복한 겨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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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5백보 족(族)' 실내에서 꼼짝하지 않고 남을 부리는 사람을 빗댄 말이다.

이들에겐 운동 부족에 의한 성인병 예비군이라는 별칭도 주어진다. 날씨가 추워지면 5백보 족이 늘게 마련. 특히 고층 아파트에 사는 사람일 수록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다. 겨울철 방학을 맞아 하루종일 TV와 컴퓨터를 안고 사는 아이들과 주부들을 위한 실내 운동은 없을까.

◇ 몸을 움직이면 행복해진다=실내 체류 시간의 증가는 에너지 소모량과 반비례한다. 주부가 집안에 하루종일 머물 경우 걷는 걸음 수는 3천~4천보 수준.

이는 하루 권장되는 1만보의 절반도 안된다. 아이들 역시 TV와 컴퓨터에 매달리다보면 하루 섭취한 칼로리를 모두 소모하지 못해 매일 2백~3백㎉는 남아 축적된다. 비만과 성인병의 원인을 제공하는 것.

순천향대병원 소아과 이동환 교수는 "최근 10년 사이 초.중.고교생들의 비만증 빈도가 9%에서 19%로 두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현상은 활동량이 줄어드는 겨울철에 심하다"고 말했다.

최근 늘고 있는 소아 고혈압.지방 간.고지혈증 등도 어린이의 실내 생활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 그러나 운동을 하면 성인병도 예방할 뿐 아니라 정신 기능도 향상시킬 수 있다. 노인들을 대상으로 10주간 하루 30분씩 걷는 보행 프로그램을 실시한 결과 기억력이 훨씬 개선되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을 정도로 뇌 기능과 운동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또 운동은 스트레스를 줄여 우울증의 원인이 되는 코티솔(부신피질 호르몬)의 분비를 줄인다. 정신적인 안정감과 행복감.의욕도 불러일으킨다는 것.

미국에서 실시한 남녀의 운동량과 행복감.생활 만족도의 상관 관계 조사는 대표적인 연구 사례.

아이들의 두뇌 발달과 질병 예방을 위해서는 실내에서라도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도록 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권유다.

◇ 이런 운동이 효과적=운동은 어린이의 성장을 촉진할 뿐 아니라 성인과 노인의 근.골격을 단단하게 유지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특히 혈액의 흐름을 도와 동맥 경화를 예방하고, 뇌의 혈류를 증가시켜 산소와 영양을 충분히 공급하는 것은 운동만이 가질 수 있는 효과.

문제는 집안에서 하는 운동이 스포츠센터나 야외 운동만 못하다는 생각이다. 이에 대해 일산 백병원 가정의학과 양윤준 교수(스포츠의학)는 "실내 운동은 대퇴 근육이나 대흉근 같은 큰 근육을 사용하지는 않지만 과격하지 않고,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시간만 충분히 주어지면 칼로리 소모와 체형 관리 면에서 야외 운동에 못지 않다"고 말했다.

일산 백병원 스포츠건강의학센터 임상운동사 최혜정씨는 "체지방을 태우는 것은 힘들게 운동하는 것보다 오히려 약간 땀이 밸 정도, 그리고 호흡이 조금 빠를 정도로 15분 이상 계속할 때 더욱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운동은 근.골격을 발달시키면서 평소 사용하지 않는 근육이 굳지 않도록 이완시켜주는 스트레칭, 그리고 심폐 기능을 강화시키는 에어로빅(유산소성 운동)을 골고루 배합하는 것이 요령이다.

최혜정 운동사는 "아이들의 경우 재미를 느끼면서 협동심을 유발하는 체조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림>

집안 일 중에는 운동을 하지 않더라도 칼로리를 소모하는 것들이 많다. 청소나 빨래와 같은 허드렛 일이 실제로는 많은 칼로리를 필요로 하는 운동이 될 수 있다는 것. <표>

양 교수는 "하지만 이런 가사일은 같은 동작을 반복하기 때문에 어깨나 손목 통증과 같은 과사용 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다"며 "한쪽 근육을 지나치게 오래 사용했다면 반드시 반대편 쪽으로 근육을 스트레칭해 주고, 충분히 쉴 것"도 당부했다.

이밖에 겨울이야말로 만보계를 차고 종일 열심히 걷고 움직일 필요가 있다. 요가나 검도, 단전호흡, 에어로빅 같은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을 배운다면 금상첨화다. 헬스클럽 이용도 물론 권장할 만하다.

글=고종관,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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