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신비 벗기기 우리도 뛰어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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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5면

미주 대륙과 하와이는 매년 3~4㎝씩 서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지구로부터 수억 광년씩 떨어져 있는 별들이 발산하는 미세한 전파를 끊임없이 관측한 결과 알아 낸 사실이다. 우리나라도 역시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없지만 미주 대륙처럼 움직이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은 하지만 한번도 우리 기술로 측정해보지 못했다. 천문학 기술과 시설이 부족해서다.

우주와 별들의 생성.소멸에 대한 자료도 마찬가지다. 블랙홀이나 새로운 은하의 발견 소식은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국의 연구 결과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2005년이 되면 우리 천문학 기술로 한반도의 이동 뿐 아니라 우주의 신비를 벗기는 연구를 선진국 못지 않게 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미국 천체망원경인 허블보다 수십배 더 정밀하게 우주와 지구의 변화를 관측할 수 있는 우주전파 관측망 건설이 5년 계획으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더 멀리, 더 정확하게 우주를 보고 지구의 변화를 알고 싶어하는 인류의 도전에 우리나라도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한국천문연구원(http://kao.re.kr)은 이달 초 서울 연세대, 제주 탐라대, 포항 울산대 등 세 곳에 직경 20m짜리 우주전파안테나를 설치하기로 하는 협정을 맺었다. 세 곳의 안테나를 활용해 동시에 우주의 한 곳을 관측하면 직경이 연세대 안테나-탐라대 안테나를 잇는 거리 만큼인 5백㎞ 정도의 우주 전파안테나로 관측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한국천문연구원 민영철 박사는 "이 관측망이 구축되면 별을 구성하고 있는 물질의 분자에서 방출하는 전파까지도 포착.분석이 가능해 우주의 신비를 벗기는 데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일.유럽 등 선진국이 운용 중인 장비는 구형이고 아날로그 방식이어서 우리나라가 구축하려는 디지털.고성능 시설을 따라오지 못한다는 것.

외국은 현재 파장 3㎝ 정도의 우주 전파를 수신하지만 우리가 구축하려는 시설은 그보다 10분의 1 수준인 3㎜의 초미세 우주 전파도 잡을 수 있다. 그 만큼 정밀한 관측과 연구가 가능해진다.

수㎜의 정확도로 한반도의 이동이나 단층 활동,지구 회전축의 변화를 알아낼 수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정확한 좌표의 측정이 가능해 앞으로 국산 인공위성 발사의 정밀도를 높이는 등 다양한 군.민수용 응용이 가능하다. 외부 은하계 관측,별 탄생과 소멸 등의 연구를 외국의 자료에 의존하지 않고도 독자적으로 할 수 있게 된다.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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