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하나로 집안 일이 돌아가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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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가스불을 켜놓고 외출 나온 어머니를 안심시키며 딸이 휴대전화로 집안의 가스불을 끈다. 광고에 나오는 한 장면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꿈처럼 여겨지던 홈네트워크가 점차 실제생활에 접목되면서 홈네트워크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업체 간의 경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 생활 곁으로 다가온 홈네트워크=지난 7월 입주를 시작한 대구 수성구 황금동의 태왕아너스 아파트(480가구)는 삼성전자의 홈네트워크 솔루션인 '홈비타'가 적용된 단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단지 전체는 물론 인근 상가까지 연결된 홈네트워크를 실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 아파트에서는 주인이 없을 때 방문객이 찾아와 도어폰을 누르면 자동적으로 방문자의 얼굴이 녹화돼 방문시각과 함께 기록으로 남는다. 외부인 침입이 있을 때는 현관 안쪽의 마그네틱 센서가 감지해 즉시 경비실과 입주자의 휴대전화로로 알려준다. 가족이 주차장에 차를 댈 때는 RF(무선주파수)카드가 이를 인식해 집안에 있는 가족에게 도착 사실을 알린다. 집안 내 가전기기는 바깥에서 휴대전화로 조종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거실 벽에 붙은 월패드는 아파트 단지 인근 상가와 인터넷 폰으로 연결돼 있어 집안에서 얼마든지 물건을 주문할 수 있다.

이 단지 주민 배영숙(42)씨는 "외출을 맘대로 할 수 있어 특히 편리하다"고 말했다. 이 단지의 홈네트워크 설치비는 가구당 300만원 정도가 들었다.

◆ 더욱 치열해진 홈네트워크 시장경쟁=LG전자는 지난해 입주한 서울 장안동 현대아파트와 LG방배 자이 아파트에 'LG홈넷'이란 독자 시스템을 구축했다. 삼성전자도 올해 전국에서 1만7000여 가구에 시스템 설치 주문을 받은 데 이어 2007년까지 30만 가구에 홈네트워크를 설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텔레콤.KT 등도 휴대단말기나 TV를 통해 가스.출입문.보일러 제어 및 원격검침 등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홈네트워크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우선 표준화가 관건이다. LG전자와 삼성전자는 각각 'LnCP'와 'S-큐브'를 개발해 업계 기술표준으로 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기술로는 상대 업체의 전자제품을 쓸 수 없어 홈네트워크 보급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신기술과 콘텐트 개발도 과제다. 삼성경제연구소의 김정우 수석연구원은 "한국이 세계 홈네트워크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면 국가 차원의 표준 통합 작업을 서둘러야 하며, 편리한 서비스와 제품도 계속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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