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왕서방을 만났더니 … 한국 한방화장품·냉동식품 ‘띵호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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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한화증권이 중국 소비자를 사로잡을 가능성이 큰 한국 기업들을 골라냈다. 연구원 6명이 지난달 하순 일주일 동안 유통·화장품·음식료·제약 등 중국 내수 시장을 둘러보고서 뽑은 것이다. 최근 국내 소비재 기업들은 ‘성장성이 없다’며 투자자들에게 푸대접받는 신세. 하지만 앞으로 세계 최대 소비 시장으로 떠오를 중국에서 호성적을 낼 기업이라면 사정이 달라질 것으로 보고, 중국에서 활약할 ‘히든 챔피언’ 후보를 골랐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CJ제일제당·락앤락·롯데쇼핑 등이 중국 관련 최우선 기업이었다. 관련 분야 중국 기업의 경영진을 만나 시장 상황을 듣고, 또 백화점과 대형마트·수퍼마켓 등을 직접 훑어보고 내린 결론이다. 특히 한류 바람을 등에 업은 화장품 업종이 유망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화증권은 중국 현지 탐방 내용과 시장 전망을 ‘왕서방을 만나다’는 보고서에 담아 최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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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유망 업종은 화장품=최근 중국에는 ‘월화수(月花秀)’라는 브랜드의 화장품이 등장했다. 아모레퍼시픽 ‘설화수(雪花秀)’의 짝퉁이다. 금빛이 도는 병 색깔까지 본떴다. 올 하반기 중국 내 설화수 출시를 앞두고 짝퉁이 등장한 것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한국의 궁녀를 모델로 내세운 ‘월화수’ 광고판까지 등장했다. 한화증권 안하영 연구원은 “설화수의 인기가 그만큼 높다는 증거”라며 “중국에서 한방화장품에 대한 관심도 매우 높아지고 있어 설화수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뿐 아니라 LG생활건강 등 국내 화장품 업체들은 전반적으로 중국 시장에서 호조를 띨 것이란 게 한화증권의 예상이다. ‘한류’ 덕이다. 현재 중국에서는 배우 최지우가 크리스찬디올 모델을 맡는 등 한국 여배우들이 화장품 모델로 많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기업과 중국 국내 업체 모두 송혜교·김희선 등 한국 스타들을 모델로 기용하는 실정이다.

제조자디자인생산(ODM)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전문 화장품 업체인 코스맥스도 눈여겨볼 대상으로 꼽혔다. 로레알이 이 회사의 기술을 믿고 중국 내 판매 제품의 ODM 생산을 맡기고 있다는 이유였다.


◆제2의 오리온 나오나=한국 식품 중 중국 내 최고 히트상품은 오리온 초코파이다. ‘코코파이’라는 짝퉁까지 덩달아 인기일 정도다. 하지만 오리온 말고 다른 제과 업체들은 그리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듯하다. 한화증권이 전한 중국 내 1위 제과업체 왕왕제과의 최고재무담당자(CFO) 에버렛 추의 평. “한국 과자는 값이 비싸다. 큰 포장만 있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중국에는 일단 맛보기 용으로, 또는 값이 비싸서 작은 포장을 원하는 소비자가 많다. 그래서 다양한 크기의 제품을 내놔야 한다.”

한화증권이 유망하다고 본 분야는 냉동식품이었다. 냉동식품은 중국에서는 그야말로 초기 단계. 중국 대기업들이 진출하지 않은 분야여서 한국 업체들이 자기 브랜드로 시장을 공략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한화증권은 보고서에서 “CJ제일제당이 중국에서 제2의 오리온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유통·소비재 산업과 관련해서는 롯데쇼핑과 락앤락도 최고 유망기업으로 뽑혔다. 롯데쇼핑은 최근 중국의 대형마트 체인인 ‘타임스’의 인수를 완료했고, 락앤락은 중국에서 높은 브랜드 인지도와 더불어 백화점·대형마트·홈쇼핑 등 다양한 판매 채널을 갖췄다는 게 강점이었다.

◆중국 부동산 가격 향배=한화증권은 중국 건설업체와 부동산 개발 현장도 돌아봤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가격 잡기 의지 때문에 거품이 일시에 꺼져 중국 경제와 한국 증시에 큰 타격을 줄 가능성은 없는지 살펴보려는 목적이다. 이광수 연구원은 “가격 조정은 있을 것이나 급락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우선 대출의 90%가 100% 국유은행, 또는 중국 정부가 대주주인 은행에서 나갔다는 점이다. 부동산 가격 급락 조짐이 보이면 정부가 여신을 조절해 얼마든지 경착륙하지 않도록 조절할 수 있다는 얘기다. 주택 수요층인 25~49세 인구가 올해 5억5000만 명에서 2015년 5억7000만 명으로 늘어나 주택 수요도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점도 부동산 가격 급락을 막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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