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무선장비 '부적합 기종' 선정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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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방부가 1998년 차기 VHF(초단파)무선장비 사업을 추진하면서 합참.육군.교육사 등 세곳의 시험평가에서 '전투용 사용 부적합' 판정을 받은 기종을 선정해 의혹이 일고 있다.

이 사업은 연대급 이상 부대에 다중채널 무전기를 보급하는 것으로, 99년부터 2006년까지 4천3백93억원이 투입된다.

당시 경쟁에서 탈락한 업체인 L사의 기종은 육군 등 세곳에서 모두 '전투용 사용 가(可)'판정을 받았다.

13일 한나라당 김학송(金鶴松.예결위 간사)의원이 국방부 등에서 받아 공개한 육군 시험평가 결과(96년 7월 25일 작성)에 따르면 최종 선정된 D사 제품은 군의 요구성능(ROC)시험에서 ▶다중화장비 연동 불가▶보안장비 연동 불가▶무게 초과 등 세가지 항목에서 '미충족' 판정을 받았다. 기술 국산화 측면에서도 '1백% 국산화 불가', 신뢰성에서도 '시험평가 기간 중 고장 다수 발생'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장비 도입을 최종 결정한 국방부 (무기)획득협의회의 98년 12월 17일자 회의 결과 보고서에는 'L사 제품은 전투용 사용가' 'D사 제품은 전투용 사용 가.부 미(未)명시'로 돼 있다.

당시 획득협의회는 무기명 투표방식으로 최종 기종을 선정했으며, 투표에 참여한 위원 9명 중 3명이 대리투표를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이 사업의 책임을 맡았던 국방부 획득실장은 문일섭 전 국방부 차관이었다.

金의원은 지난 11일 김동신(金東信)국방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국회 예산안조정소위에서 "문제의 D사는 과거 대우그룹의 위장 계열사로 이 회사가 (김대중 대통령의 일산집을 구입했던) C씨와 관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金장관은 "육군과 교육사에서 올라온 평가 결과에 대해 합참에서 재검토를 지시했으며, 다시 보고할 때는 이상이 없었다"며 "결론적으로 두개사 장비 모두 써도 된다는 결론이 났고, 가격이 싼(대당 2백51만원) 회사를 최종 결정한 것"이라고 답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당시 '사용 불가' 항목은 치명적인 결점은 아니었으며, 약간의 보완이 필요한 정도였다"며 "그후 보완해 현재는 성능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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