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활성화 특별법 재래시장 난개발 부추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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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재래시장을 고층 주상복합건물로 재개발할 수 있도록 허용한 '중소기업의 구조개선 및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한 특별조치법안'이 오히려 재래시장의 활로를 막고 마구잡이 개발만 부추길 것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경실련 도시개혁센터는 13일 "주택가에 20~30층의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설 수 있게 한 이 법안이 확정되면 도시 경관을 해치는 '나홀로 상가'를 양산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앞으로 다른 시민단체와 연대해 법 제정을 반대하는 운동을 펼칠 계획이다.

논란이 일고 있는 법안은 국회 산업자원위원회 의결을 거쳐 14일 법제사법위원회 심의를 받게 된다.

이 법안에 따르면 용적률 상한선 2백50%인 일반주거지역에 주로 위치한 재래시장에 주상복합건물을 지을 경우 최고 7백%의 준주거지역 용적률을 적용하기로 했다. 서울에 있는 3백90여개 재래시장 중 60%가 주거지역에 있다.

이에 대해 도시개혁센터 권용우(權容友)대표는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서더라도 기존 재래시장에서 장사를 하던 영세.임대상인들은 비싼 임대료 때문에 입주하기 어렵다"며 "주상복합건물 내 아파트 분양을 통해 토지소유주와 건축업자들의 배만 불려주는 결과를 빚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초 실시한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도봉구의 H타운의 경우 12층 주상복합건물을 지었으나 아파트는 1백% 분양된 반면 상가는 분양실적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權대표는 "일률적으로 용적률을 올려줄 경우 골목길의 교통난,주택가 조망권 침해 등 각종 도시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재래시장을 찾는 시민들의 정서로 볼 때 무조건적인 현대화 보다는 동네시장 특유의 정취를 살리면서 지역실정에 맞게 리모델링을 하거나 재래시장 인근지역을 명소화하는 정책이 더 현실에 부합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의 주장과 달리 재래시장 관계자들은 아예 상업지역으로 용도를 바꿔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시장현대화연합회 이민수(李玟洙)회장은 "주거지역 용도는 그대로 둔 채 건물의 형태에 따라 용적률만 다소 높여주는 법안대로라면 건축비 조차 조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 주관부처인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법안은 상인교육, 상권개발 등을 도울 시장경영지원센터를 설치하도록 해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용적률을 제외한 다른 건축기준은 일반주거지역에 준하기 때문에 도시 경관에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 '재래시장 특별법안' 주요 내용

▶중소기업청에 재개발.재건축 구역 선정위원회 설치

▶개발시 준주거 지역의 용적률(최대 7백%) 적용

▶과밀 부담금 감면

▶시장 용도폐기 때는 특례 용적률 인정 안함

▶시장 경영지원센터 지정.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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