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고요선방' 투병 어린이들에 치료비 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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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불교방송의 유명 MC였던 비구니 정목(正牧.사진)스님이 이끌고 있는 사랑의 모임이 작지만 의미 있는 움직임으로 눈길을 모으고 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네거리에 자리잡고 있는 도심선방인 '마음고요선방'(02-548-0218).이곳에선 매년 '부처님 오신날'과 연말 두차례에 걸쳐 작은 사랑을 전달하는 모임이 열린다.

'작은 사랑이 세상을 깨웁니다'란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1997년에 시작한 이웃돕기 행사다. 특별히 서울대병원에서 암으로 투병 중인 어린이들에게 치료비를 지원한다.

"80년대 말 서울대병원에서 6년간 법사로 활동하면서 오랫동안 꿈꿔왔던 활동인데, 주변의 도움과 권유에 힘입어 97년 시작했습니다. 후원금은 치료비에 비해 보잘 것 없습니다. 하지만 아무 것도 모른 채 투병중인 어린 환자를 보면 모두 내 자식, 내 혈육 같아요. 그런 모습을 지켜보며 좌절하는 젊은 부모들에게도 따뜻한 마음과 위로를 보내자는 취지에서 시작했습니다."

어린 환자 가족들과 상담하면서 느꼈던 마음의 힘덜어주기가 거의 10년 만에 구체화된 셈이다. 방송생활을 하며 여러 사람과 만나고, 그 인연을 이어가기 위해 작은 공간을 마련하고, 또 그렇게 만남을 지속하면서 서로의 마음을 모은 것이 출발점이다.

처음엔 1백여명이 함께 했는데, 지금은 2백~3백명으로 후원자가 늘었다. 불교신자뿐 아니라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도 '취지에 공감해' 참여하고 있다. 힘 닿는 만큼 돈을 내 한 통장에 모은 다음 매년 두 번 부처님 앞에 쌀.과일 대신 통장.도장을 바친다.

선방 모임이 조금씩 입소문으로 알려지는 데는 '명상과 시가 있는 음악회'라는 독특한 형식이 큰 역할을 해왔다. 스님이 불교방송에서 클래식 음악프로그램'차 한 잔의 여유'을 진행하며 알게됐던 바이얼리니스트 김영준, 시인 김재진씨 등이 함께 매월 한차례 열고 있다.

먼저 명상을 하고,잠시 쉬는 사이 간단한 소품 연주와 시낭송을 듣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올 연말 작은 사랑을 전달하는 모임은 22일 오후 7시 마음고요선방에서 '명상과 시가 있는 음악회'와 함께 열린다.

이번엔 벨기에 왕립음악원에서 클라리넷을 공부하고 돌아온 김영갑씨가 특별게스트로 참석, 모차르트의 '클라리넷을 위한 콘체르트'를 들려준다. 아쉽지만 이날 참석예약은 이미 마감됐다. 내년 1,2월은 행사가 없고, 3월 이후 참석 희망자는 e-메일로 신청하면 된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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