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색 모피 20~30대에 인기…작년보다 2배이상 팔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7면

모피의류가 패션상품으로 변하고 있다. 무거운 느낌을 주고 어두운 색 일변도이던 색상과 디자인이 한층 다양해졌다. 가격대가 낮아진 제품이 많아지면서 20~30대 고객이 크게 늘었다.

롯데백화점 마케팅 부문 신헌 이사는 "모피의류의 디자인과 색상을 패션풍으로 바꾸고 가격대를 끌어내리자 고객층이 젊어지면서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며 "여유있는 40~50대 계층이 사 입거나 목돈으로 '장만'하는 고가 의류라는 개념이 많이 약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세일을 끝낸 주요 백화점들은 모피의류 매출이 대부분 지난해의 두 배 수준으로 뛰었다.

◇ '예물'에서 '패션'으로=올해 모피의류는 패션성을 강조하고 있다. 새로 선보인 모피의류 제품들은 색상이 하나같이 밝고 화려하다. 일상생활에 편하도록 길이가 짧아졌고 디자인도 활동성을 중시했다.

또 원피를 그대로 쓴 천연 장모(長毛) 제품보다는 털을 깎은 시어드 밍크나 긴 털만 골라 뽑은 플러그드 밍크 제품이 늘었다. 이런 가공 제품들은 가벼운 게 특징. 여러 색상으로 염색할 수 있고 가격대도 보통 2백만~3백만원대로 모피옷 치고는 저렴한 편이다 보니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다.

롯데백화점 본점의 경우 올 겨울 바겐세일 때 21억원어치의 모피의류를 팔았다. 지난해에 비해 68% 는 것이다. 이 중 3백만원 미만인 제품의 비중이 지난해 겨울에는 65% 정도였으나 올해는 80% 수준으로 껑충 뛰었다.

소비자들이 실용성 있는 소재와 디자인을 많이 찾고 있다는 증거다.

롯데백화점 모피제품 바이어 김남균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주 고객이 40~50대였으나 올들어선 20대부터 60대까지 연령층이 넓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모피의류가 잘 팔리자 모피를 소재로 20~30대 여성용 정장을 내놓는 회사들도 늘고 있다.

타임.마인.모리스커밍홈 등 20대 여성 정장 브랜드 회사들은 밍크.여우털 등을 소재로 쓴 50만~1백만원대 재킷.코트 등을 선보였고 퓨어리는 '젊은 모피'라는 주제로 과감한 원색을 사용한 모피의류를 내놓았다.

◇ 상품개발 노력이 호황으로=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의 모피의류 매출이 올 하반기 들어 꾸준히 늘고 있다. 특별소비세가 내리고 소비심리가 회복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모피업체와 유통업체들이 마케팅 전략을 바꾼 게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지난해 최악의 불황을 겪은 모피업체와 유통업체들이 올해는 디자인.색상.가격대 등을 바꾸기 위해 수차례 시장조사를 하고 아이디어를 모아 상품을 개발했다는 것이다.

백화점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해외 모피의류 패션쇼.전시회 등을 돌면서 모피의류의 컬러화.다양화가 세계적 추세라는 것을 파악했다"며 "국내에서도 이같은 유행을 반영한 신제품 개발에 힘쓴 게 효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이승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