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쉬는 시간 엿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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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5면

겨울방학이 다가오고 있어요. 방학이 오기 전에 친구들이랑 열심히 놀고 싶어요. 방학 내내 친구들을 보지 못할테니까요. 밖에 나가기는 싫은 추운 날씨에 초등생 어린이들은 무얼 하며 놀까요. 중앙일보 어린이 명예기자 11명에게 들어본 겨울철 쉬는 시간 학교 풍경, 한번 구경해 볼까요?

"와! 쉬는 시간이다."

선생님이 교실에서 나가신 뒤 교실은 아이들 세상이 돼요. 교실 뒤켠 바닥에서는 남녀 아이들 네댓명이 옹기종기 머리를 맞대고 편을 갈라 공기놀이를 해요.

그 옆에서는 우당탕 한바탕 난리가 나요. 신문을 둘둘 말아 종이칼을 만들고 방패도 만들어 칼 싸움을 벌여요.

신문을 고깔 모양으로 접어 다섯 손가락에 끼면 멋진 무기가 된답니다. 요즘 아이들 사이에 인기 있는 게임 디아블로에 나오는 캐릭터들을 흉내낸 거예요.

책상 둘레에 모여 앉아 신나는 게임을 하기도 해요. 말을 하지 않고 동작으로만 007 게임을 하는 '무언 007'. 말을 안하려고 꼭 다문 입에서 웃음이 피식피식 새어 나와요.

최근에 등장한 게임은 TV 시트콤에 나온 '오중조 게임'이에요. 앞사람들의 동작에 자기가 만든 재미있는 동작을 덧붙여요. 앞 친구들이 만든 동작을 순서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해야 하는 거예요. 게임에 참여하지 않아도 장난꾸러기 친구들이 만든 엉뚱한 동작들을 구경하다 보면 웃음이 터져요.

서너명이 붙어앉아 목소리를 낮추고 이야기를 나누면 '진실 게임'이 시작된 거예요. 서로 돌아가면서 비밀 이야기를 털어놓는 거랍니다. 속마음을 터놓으면 친구들이랑 더 친해져요.

얌전히 책상에 앉아있는 친구들도 있어요. 밀린 숙제를 쉬는 시간에 몰아서 해치우는 아이도 있고 책을 읽거나 문제집을 풀며 공부하는 친구도 있어요.

쉬는 시간이니까 쉬어야 한다며 책상에 엎드려 자거나 쉬는 친구들도 있어요. 어린이용 잡지를 읽으면서 연예인 이야기를 나누거나 인기있는 게임 공략법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하는 모습도 보인답니다.

고학년들은 신문을 읽으면서 시사 이야기를 나눠요. 이름 획수를 더해서 나온 숫자를 가지고 사랑 점을 보면서 표정관리를 하느라 바쁘기도 하지요.

의자를 뒤로 돌려 놓고 뒷자리 친구랑 오목을 두기도 해요. 모눈 종이에 동그라미 세모를 그리면 바둑판이랑 바둑돌도 필요 없어요.

고학년 여학생들은 친한 친구들이랑 돌려 보는 교환 일기를 쓰기도 하고 옆반에 있는 친한 친구들을 만나러 돌아다니기도 해요. 화장실에 가서 머리를 만지면서 친구들이랑 수다 떠는 재미에 시간이 훌쩍 지나가요.

"푸른 하늘 은하수~"

저학년 어린이들은 노래를 부르며 쎄쎄쎄를 해요.

부지런한 친구들은 짧은 시간을 쪼개 운동장에 나가서 축구를 하거나 낙엽을 던지며 산책을 하지요.'얼음 땡'을 하면서 정신없이 뛰어 놀기도 하고 박진감 넘치는 말뚝 박기도 한답니다.

반장.부반장들은 칠판에 '떠든 사람''교실에서 뛰는 사람'이름을 적느라 정신 없어요. 쉬는 시간이 끝날 때쯤이면 칠판에 적힌 이름을 지우라며 한바탕 실랑이가 벌어져요.

"왜 이렇게 교실이 먼지 투성이지요?"

선생님이 돌아오시면 언제 그랬냐는 듯 시치미 뚝!

글=이경희.사진=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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