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맞수] 젊은층 입맛끌기 '이웃집 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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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개방화 ·국제화 시대 최고가 아니면 살아남기 어렵다.그래서 정상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경쟁이 치열하기는 지방도 예외가 아니다.

자본력 ·정보력 ·인력 등이 수도권에 비해,또 국제도시에 비해 열악하지만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기술력 등으로 선두를 유지하는 ‘토종’ 기업 ·제품 ·사람이 적지 않다.

이들에게는 때로는 동반자로,때로는 경쟁자로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선의의 경쟁자가 한둘 있게 마련이다.그들을 찾아 생존전략과 노하우 등을 소개한다.

부산시 연제구 연산동 부산시청 앞에는 롯데리아 DT점과 맥도날드 시청점이 중앙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며 영업을 하고 있다.

매장 크기도 비슷하고 양쪽 모두 자동차를 타고 음식을 살 수 있는 드라이브 매장이다.맥도날드가 지난해 9월 8일 문을 열자 롯데리아는 건물을 지어 지난 5월 16일 개장했다.

롯데리아 부산지점 강경화 계장은 “롯데리아와 맥도날드가 가까이에서 영업하면 서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전략에 따라 맞은 편에 매장을 냈다”고 설명했다.

부산의 최대 상권인 서면 ‘미니몰’ 옆에서는 롯데리아와 맥도날드가 이웃 사촌처럼 장사를 한다.

이처럼 부산에서 롯데리아와 맥도날드가 이웃집처럼 나란히,또는 마주보며 장사하는 곳이 10여 곳이나 된다.

패스트푸드 업계의 맞수 롯데리아와 맥도날드가 부산에서 요즘 ‘공동번영’ 전략을 꾀하고 있다.부산진출 초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다 이제는 새로운 고객을 창출하기 위해 협력하는 선의의 경쟁자 관계가 됐다.

부산 진출은 롯데리아가 빨랐다.1982년 중구 남포동 부산극장 맞은편 남포중앙점을 선보인 뒤 매장을 계속 늘려 지금은 77개나 된다.

91년 동래구 명륜동 옛 동부터미널 안에 첫 매장을 연 맥도날드는 남포동 ·서면 ·부산대앞 ·사직야구장앞 ·해운대해수욕장 옆 등 사람이 많이 몰리는 ‘명당’을 족집게처럼 찾아내 매장을 늘렸다.이렇게 차린 매장이 53곳.

부산의 패스트푸드 점유율은 매장이 많은 롯데리아가 34%로 맥도날드(26%) 보다 조금 앞선다.

두 회사는 고객의 입맛에 맞는 신제품 개발 경쟁에는 한치의 양보가 없다.

맥도날드 임민희 홍보차장은 “부산 사람은 생선을 좋아하면서도 불고기도 좋아한다”며 “생선과 불고기를 사용한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맥도날드는 한국의 전통 냄새가 물씬 나도록 광고를 멋지게 해 구미를 당기도록 한다”며 “광고를 보고 찾아오는 손님이 많다.

롯데리아 오세훈과장은 “롯데리아는 한국적인 패스트푸드점으로 우리나라 사람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개발력이 뛰어나다”며 “대부분 롯데리아가 먼저 개발한 제품을 맥도날드가 따라오는 식”이라며 맞섰다.

맥도날드는 특히 제품의 신선도에,롯데리아는 고객에 대한 서비스와 청결에 신경을 쓴다. 이들은 서로의 장점은 재빨리 본받는다.

롯데리아가 불고기버거를 내놓자 맥도날드도 곧바로 불고기버거를 출시했다.맥도날드가 어린이메뉴를 히트시키자 롯데리아도 뒤이어 출시했다.

이들은 햄버거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을 ‘간식’에서 ‘한끼 식사’로 바꾸기 위해서는함께 노력하고 있다.

부산에서 롯데리아와 맥도날도를 찾는 고객은 각각 하루 4만∼5만 명.

주고객은 중고생이지만 가족 단위 고객이 갈수록 늘고 있다.매장의 위치와 계절에 따라 매출이 크게 달라지며 극장가 매장은 영화 프로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맥도날드 홍보담당 신자은 대리는 “새로운 햄버거 하나를 출시하기 위해서는 1년 이상 준비해야 한다”며 “음식 양식은 외국에서 들어왔지만 재료는 대부분 국산이어서 농가소득 증대에도 한몫 한다”고 말했다.

글=정용백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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