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노트] 코리안심포니 위상 재정립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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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지난달초 코리안심포니(이하 코심)사무국으로 예술의전당 공연기획팀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지난 1~10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조용필 콘서트에 출연할 수 있는지를 물어왔다.

올초 예술의전당으로 주무대를 옮기면서'상주 교향악단'이라는 타이틀까지 얻었는데 거절하기가 어려웠다. 예술의전당의 공연사업비 명목으로 정부 지원금 10억원을 받는 조건으로 기획공연에 참가하기로 계약한 터라 더욱 그랬다.

그렇다고 출연하자니 단원들에게 뭐라고 설명해야 할 지 사무국측은 정말 난감했다. 대중가수의 반주가 아니더라도 수준높은 기획공연에 출연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국 다른 연주일정 때문에 출연은 성사되지 않았다.

그동안 예술의전당은 코심을 기획공연에 활용함으로써 전속 교향악단을 두는 것과 다름 없는 효과를 얻고, 코심은 안정된 연주 기회를 보장받아 '누이 좋고 매부 좋은'관계를 유지해왔다. 코심은 또 최근 국립합창단.오페라단.발레단 등에 준하는 예술법인으로 승격되면서 재정난과 해체 위기라는 급한 불은 끈 셈이다.

하지만 올해 코심이 출연한 예술의전당 기획공연(20회)도 청소년음악회.협연무대가 대부분이어서 상주교향악단의 위상을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코심의 올해 전체 공연회수는 74회. KBS교향악단(76회)에는 못 미치지만 서울시향(60회)보단 훨씬 많다.

이달만 해도 국립합창단의'메시아', 국립발레단의'호두까기 인형',예술의전당 청소년음악회, 조수미의 송년제야음악회 등 18회공연으로 엄청난 강행군이다. 하지만 정기연주회는 올해 6회에 불과하다. 외부 출연에 치중하면서 생존 자체에만 급급한다면 다른 민간 교향악단과 다를 바 없다.

다행히 코심은 내년 국내 최초로 상주(常住)작곡가제를 도입해 창작곡을 위촉.초연하고, 정기연주회도 10회로 늘릴 계획이다. 또 앙상블 능력을 키우기 위해 내년 2월중 단원들로 구성된 현악 합주단을 창단할 예정이다. 예술의전당 상주 2년째를 맞는 내년 활동에 기대를 걸어본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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