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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도는 무기 첨단화] 제거해야 할 낭비 요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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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군의 특수성 때문에 공개되지 않아서 그렇지 무기나 장비의 도입.운용에서 상당수 분야가 예산을 낭비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만난 군 관계자의 실토다. 첨단무기 도입을 위한 예산확보를 위해선 낭비요인부터 제거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게 군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 구조적 문제 있다=신무기 도입과 관련,'초도수리부품 적중률'이라는 용어가 있다. 이는 신무기를 도입할 때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수리를 위해 함께 구매한 부품과 실제 소요되는 부품의 비율을 뜻한다. 그런데 우리의 '초도수리부품 적중률'은 10%대에 불과해 외국의 30~40%에 비해 낮다.

이 때문에 어떤 부품은 남아 예산을 낭비하게 되고, 어떤 부품은 모자라 급하게 구매하는 바람에 '바가지'를 쓸 수밖에 없다는 게 군 당국자의 설명이다.

육군 군수사령부가 K-1 전차 초도수리 부속품을 과다하게 구매했다가 지난해 36억원어치를 폐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해외에서 구입한 수리부품은 3년 동안 사용치 않을 경우 반품시키는 '바이 백'조항을 계약때 꼭 삽입하고 있다"며 "국내생산 부품은 필요시에만 구매하는 등 예산절감을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기획예산처가 1990년대 후반 경상운영비 중 수리부품비를 정확히 제출하면 삭감치 않고 예산에 반영하겠다고 밝혔음에도 국방부는 이를 제출하지 못한 적이 있다.

대신 국방부는 장비 도입가액의 3~5%를 수리부품비로 편성한 뒤 기획예산처가 삭감할 것을 우려해 지난해부턴 아예 수리부품비를 투자사업비 항목으로 옮겨놨다. 투자사업비는 건드리지 않는 관행을 이용한 것이다. 문민정부 때부터 투자사업비를 육.해.공군별로 '나눠먹기'식으로 편성한 것도 예산낭비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무전기.지프 등 3군 공용장비도 군별로 구매해 업무중복은 물론 가격마저 들쑥날쑥하는 등 문제점이 나타나자 최근 국방부는 이를 통합키로 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별로 편성하던 국방예산의 과목을 내년 예산부터 지상.공중작전과 C4I사업 등 작전.기능별로 분류해 편성했다"고 말했다.

◇ 조달업무 개선돼야=5조여원의 국방예산을 다루는 조달본부에 대한 불신이 군 내외에서 커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구매절차의 과다한 결재라인. 구매 여부를 판단해 일선부대에 공급할 때까지 무려 86단계의 결재 및 보고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조달본부는 와이셔츠.운동복까지 구매하는 등 14만종의 구매를 맡아 95년 3천9백억여원이던 예산이월액이 5년 만에 6천6백억여원으로 두배 가까이 증가하기도 했다.

박세환(朴世煥.한나라)의원은 "조달본부는 특수분야만 맡고 나머지 구매권은 조달청과 각군 본부로 이관해야 한다"고 말했다.

◇ 중복 투자=국방기본정책서에는 주요한 군수기능 중 상당부분을 외주(outsourcing)함으로써 국방예산을 절감한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다. 각군이 경쟁적으로 보급창.정비창을 확대하고 있어 예산 소요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특히 민간업체가 가지고 있는 것과 동일한 시설.장비 중복 투자를 해 국가차원의 자원낭비마저 발생하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K-1 전차 정비창을 운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육군이 종합정비창 내에 수백억원을 들여 전차 정비창을 신설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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