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바닷속 휘젓는 중국 잠수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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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지난 10일 일본 최남단 오키나와(沖繩)현 사키시마(先島)제도의 일본 영해를 중국의 한(漢)급 원자력 잠수함이 세 시간 동안 휘저었다. 일본에 비상이 걸렸다. 핵 잠수함이 사전에 아무 통보 없이 영해에 들어왔다면 이는 공격이나 다름없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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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결국 일주일 뒤 중국이 일본에 유감을 표명하면서 해프닝으로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르다.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AWSJ)은 29일 해군 전문가들의 발언을 인용, "중국이 잠수함 함대의 규모와 전력, 활동범위 등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이런 사건이 계속 발생할 게 확실시된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잠수함은 70여대. 2010년까지 20대가 추가된다. 증강분은 첨단 장비를 갖춘 스텔스형 잠수함이다. 이 중 3대가 원자력 추진이다. 이렇게 되면 중국은 비록 성능 면에서는 뒤질지라도 수치상으로는 미국보다 더 많은 잠수함을 갖게 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중국은 향후 2년 내에 16억달러를 지급하고 러시아로부터 최첨단 킬로급 잠수함(재래식) 8대를 인수하기로 했다.

이 잠수함들은 러시아제 어뢰와 크루즈 미사일 등을 탑재해 성능이 매우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해군은 이미 킬로급 잠수함 4대를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또 중국이 최근 새로운 형태의 재래식 잠수함을 진수(進水)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중국의 '잠수함 세 불리기'는 이웃 나라들을 자극하고 있다.

동북아시아의 상품 수출과 에너지.원자재 수입에 이용되는 해상 수송 항로를 사실상 중국이 장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대만과 중국 간 분쟁이 일어났을 때 미국에 치명적 위협을 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AWSJ은 "이 때문에 미국이 대만에 잠수함과 잠수함 공격 항공기 등으로 이뤄진 180억달러짜리 패키지 구매를 강하게 권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중국이 공식적으로 밝힌 방위 예산은 224억달러다. 그러나 미 국방부 등은 실제로 500억~7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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