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 러시아서 열릴 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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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스탄틴 풀리코프스키(사진) 러시아 극동지구 대통령 전권대표는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남북한이 그런 계획이 있다면 얼마든지 성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남대 박재규(전 통일부 장관)총장의 초청으로 방한한 풀리코프스키 대표는 지난 18일 중앙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정상회담을 극동지역에서 하는 데 아무 장애가 없으며 러시아는 기꺼이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풀리코프스키 대표는 2002년 김 위원장을 극동지역으로 초청했고, 수차례 평양을 방문해 김 위원장을 만났다. 그는 러시아 육군대학 출신으로 2000년 5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위임으로 러시아 극동지역을 관장하는 전권대표를 맡았다.

-서울에서는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 위원장 측이나 러시아 쪽에선 어떤 이야기를 듣고 있는가.

"러시아에도 그런 소문이 많이 돌았다. 하지만 이 사안은 결국 양국 정상이 해결할 문제다."

-김 위원장이 6자회담에 언제, 어떤 자세로 응할 것이라고 보나.

"김 위원장만이 직접 답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김 위원장이 회담 테이블에 나올 수 있게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게 중요하다. 한 가지 확신하는 것은 한반도 비핵화가 모든 사람의 공통된 이해라는 것이다."

-가까이에서 본 김 위원장은 어떤 인물인가.

"김 위원장은 교육을 많이 받았고 미래를 내다보는 시각이 있다. 나는 중앙일보 독자들에게 김 위원장의 진면모를 솔직하게 알려주는 게 중요하고 또 미국에도 그것이 잘 전달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북한은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외교장관 차원의 대화를 가장 먼저 제안했다고 김 위원장에게서 들었다. 하지만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일언지하에 거절했고, 클린턴 행정부 시절 고위급 특사까지 교환했던 양국 관계를 대사관 2등서기관 수준에서 논의하도록 격하시켰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자신의 이런 말을 미국에도 전해달라고 나에게 얘기했다."

-수교 14주년을 맞은 한.러관계를 평가해 달라.

"한.러는 상대를 서로 잘 이해하는 단계는 아니라 본다. 양국 관계가 단순히 비즈니스맨이 오가고 교역하는 수준에만 머물면 소원해질 수 있다. 이번 방문을 계기로 러시아, 특히 극동지역의 재계인사들이 한국과 협력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

-러시아와 북한 간의 시베리아.한반도 철도연결과 관련해 어떤 논의가 진행 중인가.

"러시아 철도 전문가들이 지난해 북한 현지를 조사했고, 철도 복구에 대한 내부 보고서도 만들었다. 김정일 위원장도 남북한과 러시아 간의 철도 연결에 충분한 이해를 가지고 있다.

안성규.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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