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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말리아 정찰나선 미국…테러조직 겨냥 '확전 채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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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군이 소말리아 내 알 카에다 훈련 캠프를 겨냥한 정찰 활동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확전 가능성이 현실화하고 있다. 소말리아 과도 정부가 대테러 전쟁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전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나 확전 대상국이 보다 구체화됐다는 점에서 향후 미군의 군사행동이 어느 수준까지 확대될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왜 소말리아인가=미국은 주적(主敵)1호로 꼽은 오사마 빈 라덴과 소말리아가 다양한 연결 고리를 갖고 있다며 수차례 경고해 왔다.

소말리아는 우선 빈 라덴이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할 경우 가장 유력한 은신처 중 하나로 꼽힌다. 또 빈 라덴이 이끄는 테러조직인 알 카에다는 1993년부터 소말리아를 주요 근거지 중 하나로 삼았으며,특히 모하메드 파라 아이디드 등 소말리아 군벌들에게 군사 전문가들을 지원하는 등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미 정보당국은 소말리아의 알 카에다 조직원들을 98년 케냐.탄자니아의 미 대사관 폭탄 테러 용의자로 지목하고 있다.

소말리아는 당초 유력한 확전 대상국은 아니었다. 미군은 93년 유엔평화유지군 활동의 일환으로 소말리아 내전에 개입했다가 18명의 특수부대원들이 살해되는 바람에 비난 여론이 크게 일어 당시 클린턴 행정부가 곤욕을 치렀기 때문이다. 그러나 옵서버는 미 국방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 "당시 악몽을 떨쳐버리려는 강경한 분위기가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월터 캔스타이너 미 국무부 아프리카 담당 차관보는 7일 아프리카 방문 일정 중 케냐에 들러 "소말리아의 이슬람원리주의 세력이 알 카에다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믿는다"면서 "강한 중앙집권정부가 없는 소말리아는 테러 세력들에게 매력적인 나라"라고 말했다.

미군의 이번 작전은 소말리아 과도 정부의 협조 아래 이뤄졌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산 압시르 파라 소말리아 신임 총리는 최근 "테러세력을 추적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테러 세력 제거 작전에 협조할 뜻을 밝혔다.

◇ 이라크 배제한 이유는=지금까지는 이라크가 확전 대상 1순위로 꼽혀 왔다.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의 생산을 중단하라고 강하게 요구한 것이나 미 국방부 내 매파들의 계속되는 이라크 경고 발언이 배경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이라크를 공격할 경우 현실적으로 여러 가지 부담이 따른다는 점에서 비교적 쉬운 목표인 소말리아에 눈길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라크는 알 카에다와 관련됐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에 아랍권의 반발을 우려하는 미국 입장에선 섣불리 건드리기 어려운 상대다.

또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완전히 종결짓지 않은 마당에 또 다른 장기 전면전을 의미하는 이라크 공격은 전략상 힘에 부친다.

이에 비해 소말리아는 알 카에다의 주요 근거지 중 하나여서 테러 세력을 궤멸한다는 명분이 확실한 데다, 권력 기반이 취약한 소말리아 정권이 협조 의사를 보여 작전 수행이 한결 손쉬울 것이라는 이점이 있다.

◇ 다음 대상은=소말리아 다음에는 수단.예멘 등 테러 지원 의혹국들이 미군의 차기 공격 목표로 거론된다.

수단은 빈 라덴이 91~96년까지 활동했던 지역으로 미국은 현재 알 카에다 기지 등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이 수단 정부로부터 원하는 정보를 얻지 못할 경우 정찰기 등을 직접 투입해 군사작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또 예멘 정부에 북부 산악 지역의 알 카에다 캠프를 파괴해 달라고 요구하는 등 테러지원국들에 대한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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