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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큼 다가 온 퇴직연금시대] 하. 2005년 12월 제도 도입되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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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이르면 내년 12월부터 열릴 국내 퇴직연금(기업연금) 시장을 놓고 벌써부터 자산운용사들간에 선점 경쟁이 치열하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국내 퇴직연금 시장은 어림잡아 계산해도 도입 첫해 9조원 규모가 되고, 2010년엔 13조원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누가 시장의 승자가 되느냐에 따라 금융시장의 판도도 뒤바뀔 수 있다.

평생직장이 점차 사라지는 가운데 근로자들의 은퇴후 자금 설계도 획기적으로 달라질 전망이다. 어떤 퇴직연금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은퇴후 주머니 사정도 크게 다를 수 있다. 금융회사와 근로자들 양측에 퇴직연금은 기회이자 위기일 수 있다.

◆ 치열한 선점 경쟁=운용사들은 이미 퇴직연금 유치를 위한 상품개발에 들어가거나, 퇴직연금과 비슷한 구조의 징검다리 상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랜드마크투신운용은 곧 기업이나 학교 등 단체를 대상으로 한 단체전용 적립식펀드를 내놓을 계획이다.포스코 같은 대기업들이 종업원에게 월급외로 매달 적립해주는 자금을 유치해 '+α'수익률을 올려줘, 퇴직연금도 끌어오겠다는 계산에서다.

대신투자신탁운용도 이달부터 법인전용 적립식펀드인 엔터프라이즈펀드를 시판했다.

KB자산운용은 퇴직연금과 운용시스템이 비슷한 개인연금 상품을 준비중이다.이 회사는 국내 최대 판매망을 가진 국민은행과 유럽퇴직연금시장의 큰손인 ING와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있다.이들과 상품개발부터 협력해 시너지효과를 낸다는 욕심이다.

피델리티 코리아도 내년 2월께로 예정된 공식 영업개시에 앞서 퇴직연금시장을 겨냥한 적립식 펀드상품 개발을 마쳤다. 이 회사의 에번 헤일 서울지사장은 "한국의 기업연금 시장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며 "치밀한 시장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 충분한 교육.상담 필요=미래에셋 증권 리스크관리본부 구원희 팀장(36)은 2년째 퇴직금을 회사에서 운용하는 연금펀드에 붓고 있다.이 펀드는 미래에셋이 곧 도입될 퇴직연금 운용의 예행연습을 위해 지난해 1월부터 굴리고 있으며, 현재까지 15%의 수익률을 냈다. 구 팀장은 "국민연금만으로는 노년 소득이 충분치 못하다고 생각해 퇴직금을 연금 펀드에 적립하고 있다"며 "회사의 보조금에 펀드 수익률까지 더하니 장기적으로 퇴직금보다 훨씬 큰 돈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퇴직연금이 늘 장미빛인 것은 아니다.한국증권연구원의 고광수 연구위원은 "근로자의 선택에 따라 운용하고,그 성과에 따라 급여를 받는 확정기여형(DC)의 경우 근로자가 투자 손실을 볼 위험도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경제 상황이나 투자 상품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얻어야 한다"며 "나이가 들수록 고위험 투자를 피하고,장기적으로 정석투자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보험사.자산운용사 등 관련 금융회사들도 근로자들의 요구를 충족할 한국형 상품들을 다양하게 개발하고 가입자 교육과 상담을 위한 서비스체계도 서둘러 갖춰야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주문한다.

보험개발원 보험연구소 류건식 연구위원은 "기업연금에 가입한 근로자들이 연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자금을 맡아 굴리는 수탁사의 책임과 의무를 명확히 하고 미국의 연금지급보장공사(PBGC)와 같은 안전장치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근로자들은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 등에 적절히 자산을 분배해 노후에도 지속적으로 소득이 나올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효식.윤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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