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지금] 분당 사진동아리 '까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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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어? 지하철역에 우리동네 사진이 걸려있네.”

5일 오후 지하철 분당선 서현역.지나가던 승객들이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역사(驛舍)광장에 전시된 70여점의 사진들을 구경하고 있다.

사진전을 열고 있는 이들은 분당·성남 일대에 거주하는 아마추어 사진사들의 모임인 ‘까치 사진동아리’회원들. ‘성남의 오늘’이란 주제로 이곳에서 지난 1일 전시를 시작,7일까지 계속한다.

16명의 회원들은 지난 1년간 분당신도시 ·성남 구시가 ·판교 일대 등 성남시내 거리 곳곳의 풍경을 찍었다.

깨끗하고 잘 정비된 동네모습 뿐 아니라 주요 도로의 교통체증과 탄천의 환경오염까지 지역의 여러가지 문제점도 가감없이 담았다.

지난 한해 동안 이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겪은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넓은 지역을 한 장의 사진에 담기 위해 야산에 올라가다 다치거나 건물 옥상에 올라가려다 경비원과 실랑이를 벌인 적도 많다.

김형호(67 ·분당구 구미동)씨는 “매일 지나다니는 동네지만 이렇게 사진으로 보니 색다른 느낌”이라며 “우리 지역을 더욱 잘 가꾸고 사랑해야겠다는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까치 사진동아리가 결성된 것은 1993년.성남시내의 한 문화센터 사진강좌에서 만난 사람들이 자신들이 사는 지역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보자며 의기투합했다.‘까치’라는 이름도 성남시의 상징새가 까치인 것에서 따왔다.

가입을 원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문호를 개방하다보니 회원들의 직업도 각양각색이다.하지만 사진을 사랑하는 마음과 애향심으로 뭉쳐 사진에 관한 한 한마음이다.

다른 사진동아리와 마찬가지로 자유주제로 작품활동을 하던 이들이 특정한 주제를 정해 테마전시회를 연 것은 3년 전부터.첫 해에는 이 지역에 피는 야생화를 주제로 한 사진전을 열었고,지난해에는 모란장 등 성남 일대의 재래시장을 다룬 전시회를 열었다.

이들이 올해 전시의 주제를 거리 모습으로 정한 것은 빠르게 변화하는 지역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후손들에게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기 때문.

회원들은 요즘 내년 전시 주제를 정하느라 분주하다.매년 철저한 작품준비를 위해 연말 전시회가 끝날 무렵 다음 주제를 정해왔기 때문이다.

회장 이용철(37 ·분당구 금곡동)씨는 “관리소홀로 방치되고 있는 지역의 문화유적 ·사적지를 적지 않게 발견했다”며 “내년에는 사진을 통해 이 문제를 지적해보고 싶다”고 말했다.031-745-7233.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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