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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유럽 “투기꾼 차단” 금융규제 고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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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그리스의 재정위기가 유로화에 대한 신뢰 위기로 확산됐다. 18일(현지시간)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 위에 낀 먹구름이 유럽 경제 상황을 보여주는 듯하다. [아테네 AFP=연합뉴스]

유럽과 미국이 금융규제의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다. 투기꾼들이 금융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위기를 부추겼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투자자와 투기꾼을 구분하는 게 무의미하고, 오히려 부작용만 커질 수 있다는 반발도 나오고 있다.

독일 금융감독위원회는 19일(현지시간)부터 내년 3월 말까지 ‘네이키드 쇼트 셀링’를 금지한다고 18일 발표했다. 공매도의 한 방법인 네이키드 쇼트 셀링은 주식이나 채권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 주문을 내는 것이다. 매매 체결과 결제 시점에 차이가 나는 점을 이용해 공매도로 주식을 판 뒤 매도가보다 싼값에 주식을 사서 결산을 하면 가격이 내린 만큼 이득이 생긴다. 이 때문에 시장이 불안할 때는 공매도가 활개를 치고, 이 바람에 시장이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벌어져 왔다. 한국에선 네이키드 쇼트 셀링이 금지돼 있고, 주식을 빌려서 보유한 상태에서 매도 주문을 하는 공매도(커버드 쇼트 셀링)만 허용되고 있다. 이번에 독일이 공매도를 금지한 대상은 금융회사 주식, 유로존 국가의 채권, 유로존 채권을 기반으로 한 신용부도스와프(CDS)다. 오스트리아와 벨기에도 공매도 규제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강화된 서킷 브레이커(주식 거래 일시 중단)시스템을 다음 달 중순부터 연말까지 시험 가동한다. 특정 기업의 주가 변동 폭이 5분 동안 10% 이상 되면 미국 내 모든 거래소에서 해당 종목의 거래가 5분간 금지되는 형태다. 미국 동부시간을 기준으로 오전 9시45분에서 오후 3시35분 사이에만 적용된다. 거래소별로 제각각인 서킷 브레이커 제도를 통일해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메리 샤피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시장의 변동성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강화될 규제도 줄을 섰다. 재무장관 회의인 유럽연합(EU) 경제·재무이사회는 18일 헤지펀드와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 강화안을 채택했다. 규제안에 따르면 조세피난처에 근거지를 둔 헤지펀드도 유럽에서 활동하려면 별도 등록 절차를 거쳐야 한다. 펀드가 빌릴 수 있는 자금 규모도 제한된다. 금융규제안의 결정판인 미국의 금융규제 강화 입법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미국 언론들은 이르면 다음 주 초 상원에서 표결이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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