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들의 100점짜리 대학생활] 어학은 생활의 일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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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대학 2학년 때까지 이런저런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갖고 기웃거렸다. 그러나 전공인 일본어를 공부하게 되면서 점차 일본어에 재미와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막연히 거부감을 갖고 있던 일본이라는 나라를 열린 마음을 갖고 친구처럼 대하기 시작했다. 당시는 세계화 열풍이 불던 시기여서 하나의 언어를 잘 하면 성공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공부벌레처럼 어학서적을 쌓아 놓고 수동적으로 공부만 한 것은 아니다. 도서관 열람실보다는 회화 테이프나 비디오가 구비된 시청각실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외국어를 수동적으로 이해하는데 그치지 않고 능동적으로 표현하는 연습에 주로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일본 문학반에 가입하고 일본인 친구를 사귀고, 일본 방송을 보면서 일본어는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이 때는 일본어 표현 하나를 배우면 꼭 써먹겠다는 욕심으로 일본인 친구에게 일일이 편지를 보내 친구들을 괴롭혔다.

나의 열정을 긍정적으로 받아 준 좋은 친구들 덕에 일본어를 친숙하게 대할 수 있었다. 일본의 대중음악을 좋아하는 편이어서 집에서는 습관적으로 일본 음악이나 NHK방송을 틀어놨다. 주의 깊게 들은 것은 아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일본어의 리듬감을 익히는데 주효했다고 본다.

일본 여행을 통해 간접적으로 알았던 일본이라는 친구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아직도 엄격한 스승과 제자간의 관계와 철저한 시간관념에 놀랐고 섬세함에 매료되었다. 어느 나라이건 외국을 여행한다는 것은 대학시절에 꼭 한번쯤은 권하고 싶은 귀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외국어라는 도구를 통해 대학생활 중 우리와 다른 사고체계를 가진 외국인들에게 우리의 목소리를 전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은 행운이었다. 아울러 일생에 단 한번뿐인 소중한 대학생활을 알차게 꾸려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박숙종<한국외대 일본어과 95년 졸업.외대 통역번역대학원 통역번역종합센터 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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