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총점 미공개' 원칙… 수험생만 골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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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D학원 것은 J기관보다 점수대별 인원 수가 1천여명씩 더 많아요. 어느 걸 믿고 지원해야 하나요."

4일 서울 Y고 진학 담당 金모(41)교사는 사설 입시기관 두 곳이 제공한 총점 기준 누가(累加)성적분포표를 펴놓고 학생들의 이같은 질문에 답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그는 "수능 총점 분포가 공개되지 않아 입시기관의 추정 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두 곳의 자료가 크게 달라 뭘 참고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점수 대폭락으로 지난해의 진학지도 자료가 무용지물이 된 현실에서 교육인적자원부가 '총점 폐지.소수점 폐지.등급 도입'등 3대 수능 정책을 시행해 수험생들이 더욱 혼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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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ins 2002 대입 특집 '내 점수로 어느대학에'

(http://www.joins.com/series/2002un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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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칙대로' 정책 혼선=총점 폐지는 1998년 10월 이해찬(李海瓚)전 장관 때 총점 줄세우기식 입시를 지양해 대입 전형의 다양화를 촉진한다는 취지로 결정돼 올해 처음으로 시행됐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 방향에 맞춰 수능의 일부 영역만 전형에 반영하는 대학은 1백92개대 중 서울대.고려대.서강대.이화여대 등 48개대에 불과하다. 연세대 등 1백40여개대는 총점 기준 전형 방식을 과거처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과정평가원이 공개한 영역별 누가성적표는 총점 반영 대학의 전형에 도움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수험생과 지도교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날 오전까지 교육인적자원부 홈페이지(http://www.moe.go.kr)에는 총점분포표를 공개하라는 수험생들의 항의 게시물이 1백여건 이상 쏟아졌다.

소수점 폐지에 따른 혼선도 빚어졌다. 이날 서울 삼청동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는 "수능 등급이 잘못 적혔다"고 항의하는 학부모 수십명이 몰려와 항의했다. 성적표에 표시된 점수로 따져 본 등급과 실제로 성적표에 적혀 있는 등급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올해 2학기 수시모집 대학 두 곳에 예비 합격했으나 수능 등급 미달로 모두 불합격 처리된 서울 H고 인문계 金모(18)양의 경우 변환표준점수 합계는 3백23점. 평가원 발표대로라면 2등급 하한선(3백22.90점)보다 높아 2등급이지만 성적표엔 3등급으로 표기돼 있었다.

金양의 원래 점수는 3등급이지만 교육부가 소수점을 없애기 위해 첫째자리에서 반올림하면서 2등급 점수가 된 것.

◇ 교육부.대교협 입장=교육부는 4일 올 수능 총점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기존입장을 재확인했다. 교육부는 "수능 총점을 전형기준으로 활용하는 것은 학생들의 특기와 적성을 개발하는 교육과정 운영을 근원적으로 어렵게 할 수 있다"면서 "총점 사용은 전과목을 준비해야 함으로써 수험생의 부담을 늘리고 사교육비를 늘리며 총점에 따른 대학의 서열화를 촉진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이현청 사무총장은 "대학이 총점 반영을 지양해야 한다"며 "교육부는 입시 정보를 최대한 많이, 자세히 제공하고 대학은 다양한 선발 도구를 갖고 선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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