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점서 직접 만든 '마이크로 맥주' 나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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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호텔이나 외식 체인점 등에 가면 그곳에서 직접 만든 그 집만의 신선한 맥주(마이크로 맥주)를 맛볼 수 있게 된다.

독일의 맥주집이나 유럽의 고급호텔처럼 누런 구리로 만든 맥주 제조 탱크를 갖추고 직접 만든 맥주를 파는 술집이 등장하는 것이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3일 "독일 등 많은 나라의 식당에서 직접 만들어 파는 마이크로 맥주를 국내에서도 팔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며 "주세법이나 그 시행령을 고쳐 가급적 내년 월드컵 이전에 판매가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에서도 최근 마이크로 맥주 판매를 허용해야 한다고 결정했다"며 "월드컵 경기를 전후해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폭넓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맥주 제조 탱크 용량이 6천㎘ 이하인 맥주공장은 세울 수 없도록 돼 있는 주세법 시행령을 고쳐 특례조항으로 하거나 주세법의 주류면허 조항을 고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맥주 제조 시설기준(마이크로 맥주의 탱크 용량은 대부분 1㎘임) 등을 만들어 기준에 맞는 시설을 갖춘 곳에 대해 맥주 판매를 허용할 계획이다.

국내에선 W.H호텔 등 외국계 특급호텔들이 몇년 전부터 이를 허용해달라고 요청해왔다.

또 맥주 양조시설을 만드는 기술을 갖고 있는 독일의 요구로 유럽연합(EU)과 통상문제가 되기도 했다.

정부는 그동안 ▶술집들이 맥주를 만들어 팔면 세금 거두기가 어렵고▶기존 맥주사를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로 난색을 표명해왔다.

송상훈.신예리 기자

◇ 마이크로 맥주란

막걸리 맛이 동네 또는 양조장마다 다르듯이 맥주도 원료나 끓이는 시간, 발효 횟수 등에 따라 다양한 맛이 난다. 밀 맥주, 흑맥주, 달콤한 맥주 등 종류가 많다. 이런 특성을 살려 주점에서 독특한 맛을 내 소규모로 만들어 파는 맥주를 마이크로 맥주라고 한다. 유럽의 호텔과 고급 레스토랑에 널리 퍼져 있다. 아시아에선 베트남.중국은 물론 일본도 1994년부터 허용하고 있다. 북한 고려호텔에서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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