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람] "영세 상인 보호 결실 봐서 기뻐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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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건물 주인의 횡포에서 영세 상인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됐다는 소식에 눈물이 왈칵 솟구치더군요. 10년째 입법투쟁에 쏟아온 정성이 결코 헛되지 않았습니다."

'한국 상가 임대차 보호법 추진위원회'상임고문 백상기(白相基.50.충북 청주시 내덕동)씨.

白씨는 지난 1일 밤 흥분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법사위가 지난달 30일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상가 임대차 보호법(가칭)'제정안에 잠정합의했다는 뉴스를 들었기 때문이다. 소위는 4일 법안의 세부내용을 확정한 뒤 법사위 전체회의에 넘길 예정이다.

"눈물겨운 투쟁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갔습니다. 법이 속히 제정돼 영세 상인들이 안심하고 장사할 수 있는 사회풍토가 조성됐으면 합니다."

白씨는 "1992년 청주의 한 건물에 세들어 식당을 열었다가 건물주의 횡포로 쫓겨난 뒤 영세상인의 권익보호 운동에 나섰다"고 말했다.

白씨는 그 해 많은 영세 상인이 거리로 내몰리고 있는데도 이들을 보호하는 법 조항이 전혀 없음을 알고 상가 임대차 보호법 추진위를 결성했다. 이후 지금까지 1백여차례의 진정.건의.시위는 물론 서명운동.삭발.단식투쟁 등을 벌이며 입법을 청원해 왔다.

얼마 전까지 추진위 위원장을 맡았던 白씨는 '정의의 백기사''영세상인의 대부'라는 별명을 얻었다.그의 사무실엔 지금도 하루 30~40통의 상담전화가 걸려온다.

그는 "건물주와 상인들 사이의 소송이 현재 전국적으로 2만여건에 이를 정도로 영세상인들의 피해가 크다"고 말했다. 또 "이번 법안이 건물주에게 다소 불리한 측면이 있지만 영세 상인의 권익보호에 꼭 필요하다"며 "앞으로 보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월셋집에서 살면서 야식집을 운영하고 있다.

白씨는 "새 법이 제 기능을 다하려면 계약해지 때의 원상복구 조항을 없앤 표준계약서 사용을 보편화하고 세무서 제출용 계약서를 한부 더 작성해 내도록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주=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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