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의회 '대선 결과 무효' 결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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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대통령 선거 부정 시비 때문에 정정(政情) 혼란에 빠진 우크라이나가 사태를 해결하려면 선거를 다시 실시해야 한다는 국내외의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최고 라다(의회)는 27일 비상총회를 열고 지난 21일 치러진 대선 결과 무효화와 중앙선관위 불신임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의안 채택에는 전체 450명 의원 중 255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의회가 채택한 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을 갖지는 않으나 강력한 정치적 권고의 의미가 있다. 블라디미르 리트빈 의회 의장은 이날 비상총회 뒤 기자회견에서 "대선 자체를 새로 실시하는 방안과 2차 결선투표만 새로 치르는 방안 등 두 가지 대안이 있으나 결선투표만을 새로 치르는 것은 법적인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전면적 재선거를 실시하라는 말이다. 사회당 당수 알렉산드르 모로즈와 공산당 당수 표트르 시모넨코 등도 재선거를 주장했다.

또 유럽연합(EU) 순회 의장국인 네덜란드의 벤 보트 외무장관도 이날 "새로운 선거를 치르는 것이 가장 훌륭하고 이상적인 대안"이라며 "올해 안으로 가장 이른 시일 내에 재선거가 실시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야당후보 빅토르 유셴코는 지난 26일 레오니트 쿠치마 대통령, 빅토르 야누코비치 여당후보 등과 회담한 뒤 재선거 실시를 강력히 주장했었다.

그러나 빅토르 야누코비치 여당후보 진영의 공식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29일 대선 부정에 대한 우크라이나 최고법원의 판결이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26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처음으로 언급하면서 "국제사회가 (우크라이나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신용과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부시 대통령의 발언은 앞서 '우크라이나 대선 결과 인정 불가'를 천명했던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의 발언보다 온건한 것으로 미국의 입장 변화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는 27일에도 수천명이 정부 청사를 봉쇄하고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시위를 계속했다. 이날 밤 대다수 시위대는 29일 다시 집결키로 하고 해산했다.

모스크바=유철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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